“세종시 대통령 책임” MB 발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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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 입장 발표 이후 처음으로 충청권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세종시 대안을 만들자고 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에 녹아 있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재차 강조한 표현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 대국민 설득전에 직접 나섰다. 하지만 사실 세종시 문제를 꾸준히 주도해 온 것은 정운찬 총리였다. 그렇다보니 “이 대통령이 노력해 보다 안 되면 결국 세종시 수정론을 접을 것”이라든가 “정 총리를 앞세우는 것은 실패했을 경우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란 관측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 한나라당 지도부에 했던 “충청도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발언은 ‘대통령이 출구를 찾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22일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켜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진정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또 “그동안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충청도민들이 상처를 받아왔지만, (이번 세종시 수정은) 처음으로 비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에 따른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겠으며, 숨거나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의 전면에 서고 본인은 뒤에 물러나 있는 상황을 내켜 하지 않았다는 게 참모들의 얘기다. 참모들이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이 져선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정작 이 대통령은 ‘총리 뒤에 숨는 대통령이 되란 말이냐’는 취지로 참모들과 자주 충돌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하고 싶었던 마음속 얘기를 그대로 표출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대선 당시의 세종시 원안추진 발언에 재차 사과한 것은 또 다른 포인트였다. “선거 때를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 미안함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사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도민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라는 발언들은 설득보다 사과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또 “충청도는 국가관이 있는 지역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헌신하신 분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으냐”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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