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파티시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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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조정윤(오른쪽), 위진섭 파티시에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레댄코’ 서울 압구정점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식사대용으로 빵을 찾는 젊은 층이 늘면서 베이커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직접 제품을 구워내는 파티시에가 있다. 파티시에란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 조사와 개발부터 제작·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이수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레댄코(Breadn & Co.)’ 마케팅부 소속 파티시에 조정윤(28·여)씨. 그의 일과는 오전 9시쯤 시작된다. 주 업무는 케이크 신제품 개발. 출근하면 우선 케이크 품목별 전날 판매량을 확인한다. 제과 전문 잡지와 신문, 패션잡지도 읽는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신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부터는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회의에는 영업·생산 담당자도 참석한다. 실제 생산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오후에는 시장 조사에 나선다. 경쟁사 매장을 둘러보고 신제품 맛보는 것은 기본. 의류나 액세서리 매장도 수시로 찾는다. 오후 3시부터는 신제품을 만든다. 조씨는 한 달 평균 150여 가지의 새로운 케이크를 개발하는데, 제품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25~30% 정도다.

일선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티시에의 일과는 이보다 이른 오전 7시쯤 시작한다. 매장 위치에 따라 시간대별로 만들어 내는 제품의 종류와 양은 천차만별이다.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지하철 역세권에 있는 매장들은 샌드위치와 토스트 같은 식사대용 제품 위주로 구워낸다. 출근길 회사원을 겨냥해서다. 주택가는 주부들이 즐겨 찾는 식빵이나 일반 베이커리류가 중심이다. 브레댄코 같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점은 대부분 제품이 반제품 상태로 매장에 보내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티시에는 오후 4~5시쯤 퇴근한다. 퇴근 후에도 경쟁 업체의 매장을 둘러보거나 신제품 연구를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체들도 파티시에의 자기계발을 독려한다. 50여 명의 파티시에가 근무하는 브레댄코는 2주마다 우수 신제품을 만들어낸 이를 포상한다.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제품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큰 이들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늘면서 제품 개발에만 주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그러나 파티시에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직업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서서 보내야 하는 데다 조리 기구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다.

파티시에 되는 법=파티시에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혜전대학·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등 제과제빵과가 있는 학교에서 이론과 실기를 배울 수 있다. 학원을 다니며 관련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 시험은 한 해에 4~5회 정도 치러진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회사들이 운영하는 기술교육원도 등용문이 될 수 있다.

[선배 한마디] 브레댄코 위진섭씨
디저트 문화 정착으로 전망 밝아 … 장인정신으로 도전하라

브레댄코의 위진섭(37) 파티시에는 제과 관련 최고 명문 학교 중 하나인 도쿄제과학교를 1999년 졸업했다. 졸업 후 크라운베이커리 연구소와 신라명과 연구실을 거쳐 브레댄코 연구개발(R&D) 파트에 입사했다. 브레댄코 티니케이크(지름 10㎝ 이하의 1인용 케이크)와 요구르트케이크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파티시에가 된 계기는.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들렀던 삐에스 몽테·몽 상 클레르 같은 양과자 전문점의 제품을 보며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 일반 제과점에 근무하며 유학을 준비했고, 2년간의 어학연수를 거쳐 도쿄제과학교에 입학했다.”

-파티시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성실함, 미적 감각, 서비스 정신, 장인정신이다. 미적 감각만으론 끈기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파티시에라는 직업을 견딜 수 없다. 두 가지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을 밑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성실함을 갖춰야 한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전망은 어떤가. “디저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베이커리 시장의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커피 등 차와 함께 케이크를 즐기거나 아침식사를 빵으로 하는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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