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생활 바로보기] 한복의 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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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V를 통해 보여진 적나라한 북한의 모습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분의 북한은 베일에 쌓여 있다. '이질화에서 통합으로'를 꿈꾸며 매주 2회씩 북한생활문화를 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지난 12일 남북한 두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공항을 가득 메운 평양 여성들의 옷은 불긋불긋한 한복 일색이었다.

대통령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문한 창광유치원이나 수예연구소, 만경대소년예술궁전에서 어린이와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안내를 맡았던 이들도 저고리에 통치마 차림이었다. 과연 북한 주민들은 한복을 평상복으로 입는 것일까.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복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입는 옷이다.

일상복으로는 이제 거의 입지 않는다. 서울대 이기춘 교수팀이 탈북자 1백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한복 착용 정도를 묻는 질문에 '거의 입지 않는다'가 13.3%.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입는다'가 78.7%를 차지했다.

카메라에 비쳐진 북한 주민의 모습과 실생활은 많이 다름을 알수 있다. 응답자 중 23.1%는 아예 한복이 없었고 39.9%가 단 한 벌의 한복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 남자들의 경우 한복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조사 결과 거의 95%가 한복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가까이는 아예 남성 한복을 본 적 조차 없을 정도다. 이는 여성 한복이 비교적 오랜 동안 착용해 온 것과 비교해 볼 때 특이한 것으로 정치적 이념의 강조를 위하여 제복을 착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대신 가장 인기있는 외출복은 점퍼(35.9%)다.

여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옷은 외출복 정장(10.8%).외국산 옷(8.3%)과 한복(8.3%)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또 경제난 때문에 전체적으로 의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60%정도 였다.

이은영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대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의복에 대한 욕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 상류사회에서는 관심이 높고 유행에도 민감하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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