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이젠 사망선고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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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병원에서 최근 위암 수술을 받은 A씨(41·남)는 곧 퇴원한다. 그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안내를 받고 암 검진을 한 결과 위암이 발견됐다. 다행히 초기라 수술 범위가 넓지 않았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암세포의 전이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런 경우 재발은 드물다.

국내 암 환자의 생존율이 계속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1일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3~2007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57.1%였다. 이전 조사(2001~2005년)보다 4%포인트 늘었다. 8년 전인 1996~2000년(44%)에 비해선 13.1%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전체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은 위암이다.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2007년 전체 암 발생환자 중 16%가 위암 환자였다. 발병이 계속 늘고 있지만 생존율은 그보다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0년(46.6%)에 비해 2007년 생존율은 14.6%포인트나 늘어난 61.2%였다. 미국(2005년 기준 25.7%)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서울대병원 양한광 교수는 “암 조기검진 사업의 효과”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치료를 잘 한다기보다는 조기검진 사업을 통해 전보다 조기에 많이 발견하다 보니 생존율도 크게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5년엔 조기 발견이 28%였지만 암 조기검진 사업이 도입(99년)된 이후인 2004년엔 49%로 뛰었다는 것이다.

위암은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암을 키워 3, 4기에 치료를 하면 생존율이 10~20%대로 뚝 떨어진다. 그만큼 검진을 제때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암 조기검진 사업에 따라 40세가 넘으면 위암·간암·유방암(여성), 50세 이후엔 대장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9년 유병자(암 생존자) 수를 처음으로 집계했다. 99~2007년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2008년에도 살아있는 사람 수로, 모두 60만6804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로는 인구 100명당 1명이 암 치료를 받거나 암 치료 후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16만 명이 5년 이상 생존자였다. 또 평균수명(남자 76세, 여자 83세)까지 살 경우 남자는 3명 중 1명(34.4%)이 여자는 4명 중 1명(28.9%)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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