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별한 추억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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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도 산타할아버지는 변함없이 우리 마을에 오실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에 뭘 할거냐고 벌써부터 들떠있는 아이들에게 ‘시간이 없으니 외식이나 하자’고 넘기기엔 연휴가 길다. 자녀와 함께 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추억,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박성희(29·여·과천시)씨는 매년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음식을 만든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각종 쿠킹클래스를 부지런히 찾아 다니며 실력을 갈고 닦는다는 그는 “크리스마스야 말로 요리 실력도 발휘하고 가족들끼리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메뉴를 정해 장을 함께 보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모자를 쓴 채로 여러 가지 재료들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당일만큼은 남편도 요리사가 돼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 등으로 잃었던 점수를 만회한다”며 웃었다.

박씨가 정한 올해 크리스마스 메뉴는 메밀당근 핫케이크와 고구마브로콜리 크리스마스트리. 지난해 멜라민과 석면분유 파동 등으로 건강간식 만들기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박씨가 고심 끝에 선택한 메뉴다. 그는 “밀가루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방부제나 보존제 같은 화학약품을 최소 3~4번 정도 첨가한다”며 “밀가루 대신 쌀가루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고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당근을 잘게 다져 넣어 영양의 균형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화분 모양의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에 꿀과 볶은 견과류를 넣고 으깬 고구마를 넣은 뒤, 그 위에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장식한 맛있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영양만점 인기메뉴다. 견과류를 볶으면 얼어있던 불포화 지방산이 녹으면서 찌든 맛이 없어지고 고소해진다. 휘슬러 마케팅요리개발팀 최혜숙 쿠킹컨설턴트는 “나트륨이 많이 들어간 과자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자연에 가깝게 돌려놓기 위해서는 엄마가 나서야 한다”며 “감자나 고구마, 호박, 견과류 같은 재료는 크리스마스 건강식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박씨 가족이 크리스마스 요리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 백지호(5)군에게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 요리학원에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백군은 요리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서툴고 재료 이름을 정확하게 외우지도 못하지만, 반죽을 하고 토핑을 얹는 시간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아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박씨는 더 열심히 요리를 배운단다. 또 어린이 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공휴일을 요리의 날로 정했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씨는 “아이와 요리를 하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서발달에도 효과적”이라며 “특히 어린 아이들은 식재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만지면서 오감과 소근육이 발달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요리를 할 때는 반드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영양성분, 재료의 이름, 음식이 만들어지는 원리 등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고 답을 하게 하면 표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고구마브로콜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때는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의 차이점, 견과류에 들어있는 식물성 지방의 장점, 꿀이 고구마를 쫀득쫀득하게 만들어주는 원리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 수 있다. 박씨는 “지호가 잘 알아듣지 못해도 재료의 이름과 주로 나는 계절, 어디에 좋은지 등을 꼭 설명한다”며 “덕분에 또래 친구들보다 어휘력과 상식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라고 말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교과서』저자인 경산여중 이영미 교사는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요리 속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쌀가루나 밀가루 등을 체에 내릴 때는 밀가루를 직접 만져보고 오감을 느끼는 신경의 중추가 대뇌라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 깍둑썰기를 한 당근과 다진 당근의 상태를 비교하면 표면적과 반응속도 간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게 썬 당근이 잘익을까, 이렇게 작게 썬 당근이 잘 익을까?” 엄마의 질문에 아이는 쉽게 정답을 말할 것이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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