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자동차업체 '정크본드'로 동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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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 자동차 업체이자 미국 제조업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의 회사채가 결국 정크본드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두 회사는 기존 채무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신규 차입도 어렵게 된다.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S&P는 5일(현지시간) "현재의 경영전략으론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며 GM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떨어뜨렸다. S&P는 비슷한 이유를 들며 포드의 등급도 'BBB-'에서 역시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낮췄다. 이 발표 이후 GM 주가는 5.9% 떨어진 30.86달러, 포드 주가는 4.5% 하락한 9.7달러로 마감했다.

◆ 왜 이 지경이 됐나=최근 미국시장에서 일본 '빅3(도요타.혼다.닛산)'와 현대차 등에 치여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1분기에 11억 달러 적자를 냈고 4월 판매도 전년 동기보다 7.4% 줄었다. 포드도 4월 판매가 2% 줄면서 올 들어 4개월간 판매가 4.2% 후퇴했다.

특히 최근 상황은 미국 차에 더욱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요타.혼다 등이 미국 회사의 아성으로 여겨져 왔던 경트럭 분야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GM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5.6%로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포드의 점유율도 1년 전 20.3%에서 19.2%로 밀렸다. 그러나 두 회사는 S&P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GM은 "우리는 자동차사업과 할부금융 자회사인 GMAC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도 성명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과 다양한 자금동원력을 저평가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 채권시장에 큰 부담=GM은 지금까지 정크본드로 밀린 기업 중 가장 큰 회사다. 3월 말 부채 규모만 2918억 달러에 이른다. 포드의 부채는 1613억 달러다. GM이 지난해 지급한 채권이자 등 금융비용은 120억 달러, 포드는 71억 달러였다. 정크본드가 되면서 표면금리가 연 8.375%인 GM의 203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이날 11.3%로 급등했다.

세계적 기업인 자동차 업체들이 동시에 정크본드로 추락하면서 미국 채권시장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형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정크본드에 투자하지 못한다는 내부 규제 기준을 갖고 있다. 시장에 우량채권이 줄어들고 두 회사가 쏟아내는 정크본드만 크게 늘어나 수급 불균형 등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정크본드란=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투자 부적격 채권.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불이행 위험이 큰 만큼 이자가 높기 때문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기업이 도산하면 투자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S&P는 신용등급 BB 이하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정크본드로 분류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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