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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이창호의 왕위 9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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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총보 (1~182)]
黑.이세돌 9단 白.이창호 9단

승부사에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즉생(死卽生)의 기세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승부사는 현실을 인정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이승과 저승처럼 멀어보이는 이 두가지를 어느 누가 동시에 겸비할 수 있을까.

2대 2로 맞선 끝에 열린 왕위전 도전 5번기 최종국은 이세돌9단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오히려 패망을 불렀다. 그러나 다음번 승부에서는 그 기세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안겨줄지 모른다.

초반 좌하귀의 43으로 절단한 수로 전 판을 피로 물들인 이 판의 변화가 시작됐다. 현실은 그냥 귀를 살아야 했지만 이세돌은 "그럴 바엔 애당초 귀를 파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기질은 끊어야만 했다. 하지만 온유한 이창호9단이 146의 독수를 두어올 줄은 정말 몰랐다. 이세돌의 실수였다.

'참고도'는 이 몇 수를 옮긴 것이다. 흑1의 절단과 백4의 독수. 이창호는 뒷맛 나쁜 수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괴로움을 각오한 백4에서 이세돌을 향한 이창호의 성벽과 같은 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후 흑5로부터 이세돌의 강습이 시작되고 이를 역이용한 이창호의 십면매복이 펼쳐진다.

최후에 이세돌은 대세가 기울자 포위망을 다 벗어난 대마를 스스로 죽인다. 이창호의 왕위 9연패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1국=이세돌 백 3집반승 ▷2국=이창호 백 불계승 ▷3국=이세돌 백 불계승 ▷4국=이창호 백 불계승 ▷5국=이창호 백 불계승. 5국 모두 백이 이긴 백번필승의 도전기였다(65=48, 111.117=105, 114.120=90, 130=67, 150=145).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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