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 전 총리 자진 출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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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신수동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65)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이 17일 한 전 총리의 자진 출석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 검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변호인에게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통보하면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세 번째 소환 통보로 소환 시점은 ‘18일 오전 9시까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원은 16일 곽영욱(69·구속 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발부 다음 날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한 전 총리를 강제로 구인하는 것보다 일단 자진 출석을 유도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의 영장 발부로 수사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확보된 만큼 한 전 총리가 출석 요구에 불응할 명분도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청구를 통해 정당한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 원칙을 지켰다”며 “이제는 한 전 총리가 조사에 응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자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18일께 영장 집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음 주 초까지 한두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에게 수사진을 보내 체포영장을 제시한 뒤 체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나 한 전 총리 측이 거부하더라도 무리하게 강제 구인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를 체포할 경우엔 조사를 마치고 귀가시킨 뒤 다음 주 중 불구속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정계 및 시민사회 원로 간담회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면 즉시 집행하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그러나 “저는 출석을 해도 검찰의 조작 수사엔 일절 응하지 않겠다. 공개된 재판에서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며 묵비권 행사 등을 통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 양정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편의대로 오라, 가라 하는 요청에 응하지 않겠지만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날부터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야당과 시민단체 인사 등이 릴레이로 참여하는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은 한 전 총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진영 전체의 싸움이니 만큼 연대해서 총력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던 우를 범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며 “한 전 총리를 지켜내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결의했다.

◆ 공성진 의원 이르면 오늘 출두=스테이트월셔CC 대표 공모(43·구속 기소)씨 등으로부터 4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이르면 1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의원 측은 “가급적 이번 주 안에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공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를 여러 차례 불러 정치자금이 어떻게 운용돼 왔는지 등을 조사했다.

박유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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