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중국 와인 미국산 둔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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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17일 싸구려 중국산 와인을 미국산으로 속여 세 배 이상 비싸게 판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등 위반)로 와인 수입업체 F사 대표 김모(62)씨를 구속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국 A사에서 4L들이 와인 2만7000병과 5L들이 와인 5만900팩을 들여온 뒤 미국 B사의 와인인 것처럼 위조해 대형 할인점과 와인전문점, 주류·식자재 도매상 등에 유통시켰다. 수입가격은 병당 평균 4000원이지만 미국산으로 속인 뒤에는 세 배가 넘는 1만4000원씩에 팔았다. 판매액은 11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김용남 특사경지원과장은 “이들 와인은 카페나 음식점에서 잔 단위로 파는 ‘하우스와인’으로 쓰이거나 감미용, 육류 절임용 등 요리재료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산을 미국산 와인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주로 스티커 바꿔 붙이기(일명 라벨치기) 방식을 사용했다. 수입 당시 중국 A사로 표기된 한글표시 스티커를 떼어내고 미국 B사로 표기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김씨는 앞서 2007년 5월 미국 B사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자신의 회사명 머리글자를 딴 와인을 한 차례 수입한 바 있다. 이 제품의 라벨과 포장재를 대량 복제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포장박스를 미국 B사의 로고가 새겨진 박스로 바꾸는 방식도 썼다.

김씨는 포장 상태가 안 좋거나 훼손된 와인은 고무통에 부어 놓은 뒤 다시 포장해 판매하기도 했다. 김씨는 포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제조일자를 멋대로 표기하고 비위생적인 용기와 기구를 사용했다.

서울시 김종철 특사경운영 2팀장은 “고무통에 모아 놓은 와인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일반 먹는 물에서 허용하는 세균 기준치보다 400배 넘는 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와인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위·변조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문식 서울시 사법보좌관은 “앞으로도 식품을 대상으로 한 위법행위는 유통 경로를 끝까지 추적해 식품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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