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아시아 3인방 ‘춥다 추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으로 분류됐던 아시아 출신 투수 3명이 겨울 시즌을 맞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호(36)와 대만의 왕젠민(29)은 새로운 소속팀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일본 야구 아이콘 마쓰자카 다이스케(29)도 좁아진 팀 내 입지를 실감하고 있다.

◆박찬호의 조용한 귀국=지난 3일 박찬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개 팀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갖춘 그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윈터미팅(8~12일)이 끝난 뒤에도 박찬호의 2010년 소속팀은 정해지지 않았다. 원 소속팀 필라델피아는 ‘불펜’으로 박찬호의 가치를 한정 지었고, 올해보다 50만 달러 오른 3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다. 박찬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다른 구단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결국 박찬호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 채 1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왕젠민은 재기 가능성에 의문=뉴욕 양키스는 13일 왕젠민을 방출했다. 아시아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2006년과 2007년 19승)을 기록했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왕젠민의 에이전트 앨런 네로는 “처음부터 왕젠민에게 15개 팀이 관심을 보였다. 세인트루이스가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또 한 팀이 늘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동시에 “에이전트의 허세”라는 현지 언론의 비판이 나왔다. 왕젠민은 2008년 6월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올해 초 복귀했지만 7월에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두 차례의 부상으로 구위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올 시즌 연봉 500만 달러를 받았던 왕젠민의 몸값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마쓰자카의 초라한 선발 경쟁=보스턴은 17일 FA 시장 최대어 우완 존 래키를 영입하며 래키-조시 베켓-존 레스터로 이어지는 막강한 3인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마쓰자카는 클레이 벅홀츠, 팀 웨이크필드와 남은 선발 두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 시즌 성적은 마쓰자카가 가장 처진다. 2009년 마쓰자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후유증을 겪으며 4승6패, 평균자책점 5.76에 머물렀다. 11승을 거둔 웨이크필드는 물론 7승을 올린 벅홀츠에게도 밀린다.

유일한 희망은 타선 보강을 노리는 보스턴이 벅홀츠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 6년간 5200만 달러의 조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해 15승(2007년), 18승(2008년)을 거뒀던 마쓰자카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다. 

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