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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9일전… 회담전문가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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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거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회담전문가' 들이 들려주는 회담 성공을 위한 체험적 조언을 어제에 이어 싣는다.

◇ 공동성명 만들기〓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총비서는 2, 3회에 걸친 정상회담 내용을 정리한 공동성명 또는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합의 안된 부분에 대한 처리라고 지적한다.

김달술(金達述.전 남북회담사무국 자문위원)씨는 "북측과 공동성명 문안을 정리할 전략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지적한다.

대북실무를 오랫동안 다뤄온 권민웅(權敏雄.경북대) 초빙교수는 "공동성명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고 말한다.

"입장이 일치된 부분만 공동성명에 담고 불일치 부분은 그냥 남겨두는 것도 자연스런 방법" 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1972년 남북조절위원회 간사위원 보좌관을 지낸 송종환(宋鍾奐.충북대) 초빙교수도 "72년 닉슨-마오쩌둥(毛澤東)회담도 각자 입장을 담은 상하이(上海)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며 "굳이 합의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고 말한다.

91~92년 남북 고위급회담의 대표로 활동한 이동복(李東馥) 전 의원은 "객관적 현실을 반영 못하는 약속은 필연적으로 깨지게 마련" 이라며 "언론 발표문 형식으로 각자 입장을 따로 밝히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말한다.

◇ 돌출 제의 처리〓金총비서가 정상회담 도중 주한미군 철수, 보안법 철폐, 미전향 장기수 송환 등을 제의해올 경우 金대통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즉답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돌출 제의에 Yes/No로 답할 경우 양쪽 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남북조절위 간사위원으로 활동한 정홍진(鄭洪鎭.송원장학재단)이사장은 "북측이 그런 제의를 해오면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공동위나 사회문화공동위에서 다뤄나가자'고 넘기는 게 최선" 이라고 말한다.

공동위가 재가동되면 기본합의서 가동과 남북대화의 제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돌출제의도 우리의 대처에 따라서는 독(毒)도 약(藥)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金대통령이 金총비서에게 언급해야 할 껄끄러운 문제도 있다.

핵.미사일.생화학 같은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송환문제다.

핵.미사일 문제는 워싱턴과 도쿄(東京)가 강력히 주문하는 것이라 金대통령이 거론치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다만 李전의원은 "핵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니다" 라며 "일반론 차원에서 다루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 수행원 및 취재〓金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수행원들이 조심할 일도 있다.

김달술씨는 "과거 방북단 중 일부가 흐트러진 행동을 해 북으로부터 빈축을 산 사례가 있다" 며 "아침 저녁으로 집합해 정보교환과 지시사항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또 북한이 우리 대표단원에게 개별접촉을 요망해올 경우도 조심하는 편이 낫다.

정상회담이라는 대사(大事)에 조금이라도 흠집날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鄭이사장은 취재와 관련, "서울에서 하던 대로 열심히 취재하고 충실히 보도하면 되지 굳이 평양이라고 해서 안하던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고 지적한다.

김달술씨는 "북측 안내원들과의 마찰은 곤란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놓아야 한다" 고 충고한다.

특히 취재진이 서울로 돌아온 뒤 불필요하게 평양당국을 자극하는 기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宋교수는 "북측은 모든 기사가 정부 지시에 따라 나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며 "추측기사나 가십성 기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한다.

◇ 후속조치〓정상회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회담 뒤처리다.

전문가들은 '회담의 투명성' 과 '金총비서 서울 답방' 두 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金대통령은 서울에 돌아와 국민에게 정상회담 내용을 소상히 설명,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權교수는 "미국.일본.중국 등 우방에 대한 투명성도 중요하다" 고 지적한다.

서울이 회담 결과를 우방에 제대로 알려줘야 그들도 우리를 믿게 된다는 설명이다.

鄭이사장은 "국회에 가서 정상회담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 라고 충고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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