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앞으로 한달] 접점 못찾는 의·약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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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집단폐업 대 엄정대처' . 의약분업 시행시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의료계는 이달 20일 집단폐업을 선언한 상태고, 정부는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료계는 의약분업의 두 축 중 핵심 한 축을 이루는 전문가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이 계속 보이콧하면 의약분업호(號)는 거센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10가지. 의약품 재분류, 지역의료보험 재정 50% 국고지원, 약사법 개정, 약화(藥禍)사고 대책, 약사의 임의조제 근절, 시범사업 실시, 처방료.조제료 현실화, 심사평가원 완전 독립, 의료전달체계 확립, 보건 복지부장관 문책 등 10가지다.

핵심 쟁점은 의약품 분류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조제하는 전문약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말이다.

의료계는 이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자 분류위원회에 불참했고 의약품 분류는 지난달 30일 확정됐다.

의료계는 즉각 '수용불가' 를 주장했을 뿐더러 약계도 '분류 확정안 철회' 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합의를 도출하려 했으나 도저히 불가능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확정했다" 면서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 풀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처방료.조제료 현실화 문제는 현재 의료보험수가 TF팀에서 한창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당분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 문제 역시 의료계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인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쉽게 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의 문제들은 약사법 등 법을 고쳐야 하는 사항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달 중 해결하기 힘들다.

의료계의 요구사항은 약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들이어서 정부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종합하자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의사들은 분업을 거부하면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 못해 분업에 끌려는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조만간 수가를 '상당폭' 인상해 의료계에 당근을 주고 "약사법 개정은 가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약품 분류는 계속 보완해나가자" 고 설득한다면 충돌은 면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드러나는 각종 문제점을 부각하며 "봐라, 이렇게 문제가 많지 않느냐" 며' 잠깐 접어뒀던 요구사항들을 다시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기국회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이래저래 의약분업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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