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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김보애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추진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60년대 은막의 스타에서 70년대 정치인의 사랑방으로 불리던 한식당 '세보' 의 여주인을 거쳐 사업가로 변신한 김보애씨. 문화기획사 'NS21' 의 회장인 그의 또다른 직책은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추진위원장이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평양교예단의 서울공연(4~10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유치에 성공해 남북문화교류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인터뷰장소에 나타난 김씨에게서 스타시절의 화려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도발적이고 정열적인 눈빛만은 여전했다. 그는 요즘 어느때보다 보람차고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남북 문화교류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1980년대말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에스에스패션 대리점 운영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삼성물산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삼성드림박스와 함께 장길산영화의 남한 합작문제로 북한사람들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90년부터 시작했으니까 북측과 일한 것도 벌써 11년째 됩니다. 평양교예단 서울공연도 2년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원래 9월에 하기로 했는데 남북정상회담도 있고 해서 앞당겼어요. "

- 공연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지난 10년간 북측과 사업합의서를 교환하고도 성사되지 못한 사업이 많았습니다. 노태우.김영삼대통령 당시 남북합작영화에 관한 정부의 승인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지요. 햇빛정책 영향이라고 보는데, 지난해 남북대중음악제나 이번 교예단 공연이나 정부에서 흔쾌히 허가했습니다. "

- 북측 창구인 아.태평화위원회 사람들을 자주 만나셨을텐데 거부감은 없었습니까.

"정치적인 사안이 아닌 문화교류차원에서 접촉했는데도 처음엔 긴장이 많이 되더군요. 하지만 계속 만나는 과정에서 같은 피가 흐르는 한 민족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이 과정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사명감도 생겼어요. 그들은 우리 부모 세대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어 대화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북한사회의 예술가들에 대한 대우와 지원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말이 교예단이지 우리나라에선 '서커스' 라고 부르잖아요. 누가 서커스단원을 예술인으로 인정합니까. 하지만 북한에선 교예를 계승.발전시켜 한 종목의 교예만 20년 넘게 하면 순수인민예술인으로 불러 주거든요."

- 교예단의 이번 서울공연 개런티가 현금3백만달러에 2백만달러어치의 컬러TV라고 해서 비싸다는 여론도 있는데요.

"원래 한달 개런티로 계약을 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달 내내 서울에서 공연할 수도 없는데다 공연장 사정으로 '공연'일정도 늦춰졌어요. 그렇다고 공연횟수에 따라 액수를 깎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역사적인 문화사업을 놓고 북측과 남는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교예단이 다음번엔 전국순회공연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 티켓 예매상황은 어떻습니까. 또 3일 오후와 4일 오전 공연이 시설준비가 늦어져 취소됐다는데, 예매된 티켓은 환불하고 있습니까.

"하루에 1만장씩 팔리고 있습니다. 일반권이 3만원부터 15만원까지여서 결코 싸지 않은데도 많이 사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취소된 공연티켓은 전액 환불하거나 B석을 A석으로, A석을 R석으로 바꿔드리고 있습니다. "

- 정상회담후 남북문화교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또 다음 문화교류는 무엇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정상회담후엔 모든 분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겠지요. 저외에도 많은 사람이 문화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북측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예단 공연이 끝난 뒤엔 10년전부터 구상중인 남북 합작영화 '춘사 아리랑' 을 성사시키려고 합니다. '춘사 아리랑' 은 전남편의 유언이기도 합니다. 생전에 춘사 나운규선생을 만난 적이 있는 전남편(김진규)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이 부탁만 했어요. 이미 북측 여자주인공과 우리 남자주인공 캐스팅이 끝난 상태입니다. 이 영화를 마무리지으면 어느정도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글.사진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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