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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추적] 영월 시체 암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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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 지난 9월 29일. 강원도 영월군 인근 38번 국도 변에서 두 사람의 유해가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두개골 2개 외에 포장용 끈·겨울 점퍼 등을 추가로 찾아냈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된 뒤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2. 이날 서울 강동경찰서 이희규 강력 6팀장도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다. 순간 그는 2년 전 실종 신고가 접수된 김모(49)씨와 오모(52)씨가 떠올랐다. TV에 나온 점퍼는 김씨의 것과 비슷했다. 이 팀장은 권대성 경사를 영월경찰서로 보냈다. 권 경사는 유해의 치아를 본뜬 후 두 사람이 다녔던 치과를 찾아 비교했다. 그 결과 김씨와 오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들었다. 한 달 뒤 국과수는 유해에서 채취한 DNA가 김씨와 오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실종된 지 2년 만에 발견된 남성 두 명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년 전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되자 김씨와 오씨 주변을 탐문해 평소 이들과 도박을 하면서 어울렸다는 박모(49)씨와 남궁모(34)씨의 존재를 알아냈다. 주변에서는 박씨 등이 둘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채무관계 등으로 이들이 엮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실체는 금방 드러날 것 같았다. 신고가 접수된 지 보름 정도 지났을 때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서 오씨의 신분증이 든 점퍼가 발견됐다. 점퍼에는 피도 묻어있었다. 경찰은 오씨의 아들, 김씨의 딸로부터 머리카락 등 DNA를 채취해 대조했다. 국과수에서는 “피가 비 등에 희석됐지만 오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한 결과 김씨와 오씨가 실종되기 전 박씨와 남궁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영월 인근에서 두 사람이 서로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물증’은 없었다. 경찰은 물증을 찾기 위해 영월군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유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실종자의 유해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마지막 퍼즐 조각이 채워졌다. 2년 동안 전담수사팀이 바뀌었지만 인수인계가 돼 있어 문제가 없었다. 경찰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 뒤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 남궁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남궁씨에 따르면 그는 박씨와 짜고 사채업자인 김씨의 돈을 뺏기로 했다. 김씨가 벤츠를 타고 도박판에서 거금을 굴리는 등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간을 두고 오씨와 김씨를 불러내 살해했다. 이후 3일간 차량에 시체를 싣고 다니다 영월 국도 변에 파묻었다.

남궁씨는 경찰에서 “원래 위협을 한 뒤 돈을 뺏으려 했지만 김씨가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김씨에게 빼앗은 돈은 30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15일 박씨에 대해 10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걸고 수배했다.

장주영·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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