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함께 할수록 더 커지는 '가족의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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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그림=장욱진

불량가족, 희망여행을 떠나다
대니얼 글릭 지음, 정명진 옮김
세종서적, 496쪽, 1만500원

사랑합니다 내게 하나뿐인 당신
김수환 외 지음, 장욱진 그림
옹기장이, 248쪽, 1만800원

아버지 자리찾기
자녀 사랑을 실천하는 아버지 모임 엮음
뜨인돌, 192쪽, 8000원

아버지, 그립습니다
닐 체틱 지음, 김선희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96쪽, 1만2000원

어린이 날 막 지났다. 어버이 날은 바로 내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6일), 부부의 날(21일)이 줄지어 기다린다. 달력을 보면 5월이 가정의 달이란 게 실감난다. 이런 때 가족 관련 책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불량가족…'은 이 시대 모든 '불량 아빠들'을 위한 논픽션이다. 졸지에 홀아비가 된 저자가 사춘기 아들, 아홉 살난 딸과 세계 생태여행을 떠난다. 150일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지구 곳곳의 희귀 동물과 생태계를 보며 가족 해체 위기를 맞은 자신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껴안는다. 비결은 진솔한 대화이다. 마리화나, 폭력, 정치, 우주 등 곤란한 질문으로 아이들은 아빠를 놀리고, 급기야 눈물까지 쏟게 만든다. 그러면서 가족간의 벽을 허문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뭘 먹여야 할지도 모르는 철없던 아빠가 아이들의 사람을 받는 참부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가족이라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합니다…'는 김수환 추기경, 연극인 손숙, 목판화가 이철수 등 13명의 명사가 부르는 사모곡 또는 사부곡이다. 중학교 시험에 떨어지자 꼭 좋은 학교에 가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위로해 주시던 아버지를 추억하는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의 글은 목이 메인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고 도리어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나는 이제 아버지 무덤가의 풀 뽑는 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엔 겨우 글만 깨우쳤거나 찢어지게 힘든 가난을 견뎌야 했던 경우 등 다양한 부모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자율과 책임,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심어줘 오늘날의 필자들을 키워낸 공통점이 눈에 띈다.

'아버지 자리찾기'는 에세이나 논픽션, 소설이 아니다. 잠언집이자 제안서다. 약간의 의지와 세심함만 있으면 올바른 권위를 내세우고, 열린 대화를 하고, 자녀들이 숨은 능력을 키워주는 모범 부모가 되는 길을 제시한다. '매일 잠들기 직전에 칭찬 한마디를 해주자. 그렇게 잠든 아이는 그 다음날이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 들 것이다' '등을 서로 밀어주자. 서로에 대한 마음의 때를 밀면서…' '식탁에 앉아 자녀에게 성적표에 관한 것부터 묻지 말자' 등 쉽고 구체적인 조언들이다. 하루 한 가지씩 실천하다 보면 한 달 후에는 가족 모두가 달라진 것을 느낄 법하다.

'아버지, 그립습니다'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376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 아들들의 솔직한 심정과 표현 방식, 그리고 그 극복 방법을 연령별, 상황별로 생생하게 그렸다. '가족의 일상을 담은 '기념상자'를 만들라' '아버지 유품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라' 등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죽음을 경험한 아들들에게는 물론,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이들이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아버지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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