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역사의 고도 달군 ‘게임 한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12일 ‘월드e-스포츠마스터즈(WEM)’ 개막식이 열린 저장성 항저우시의 전자과기대학 체육관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관람객들로 꽉 들어찼다. [일간스포츠 제공]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에서 열린 ‘월드 e-스포츠 마스터즈(WEM 2009)’ 개막식에서 한국의 ‘안드로 장’ 장재호가 ‘중국의 영웅’ 리샤오펑을 꺾었다. 항저우 인민정부와 중앙일보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올 한 해를 빛낸 세계 최정상의 e-스포츠 스타들을 초청해 열린다. 총싸움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카스) 종목 8개 팀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워크래프트3(워3) 종목 8명 등 모두 48명의 고수들이 참가해 12~19일 ‘글로벌 왕중왕’을 가리고 있다.

◆한·중 맞수 대결=워3의 장재호(아이디 Moon)는 ‘게임 한류’의 원조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외국 프로게이머로 유일하게 성화봉송 주자로 뽑힐 정도. 쓰촨성 대지진을 위로하는 현지 게임대회에도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을 정도로 중국서 인기가 높다. 그가 최대 맞수이자 중국 ‘인기 짱’인 리샤오펑(Sky)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대회장인 전자과학기술대학 체육관은 관람객들의 환호와 탄식이 번졌다. 한 중국인은 “달을 대신해서 moon(영문으로 달을 뜻함)을 지지한다”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장재호를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다. 장재호는 경기 후 40분 이상 극성 팬들과 보도진에 둘러싸여 사인과 질문 공세를 받았다.

중국 현지의 온라인 스포츠 열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번 대회 입장료는 당일 티켓이 20~40위안(4000~8000원)이었다. 8일간의 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은 200위안(4만원)으로 중국 대졸 직장인의 보통 초봉(2000위안)의 10%에 달한다.

그런데도 개막식 유료 관람권 2500장은 일찌감치 동났다. 중국 정부도 올해 e-스포츠를 78번째 정식 체육종목으로 채택했다. 중국 e-스포츠 최고책임자인 자오리 국가체육총국 체육정보센터주임은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을 뛰어넘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말했다.

◆전통과 첨단의 조화=항저우가 이 대회에 쏟는 정성은 대단했다. 한국 스태프들이 중국 비보이들과 힘을 합쳐 만든 개막식만 해도 그렇다. 비보이들은 항저우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서호(西湖)를 표현한 얇고 하얀 커튼을 헤치고 중국 고전 의상 차림으로 무대에 나타났다. 이들이 겉옷을 벗어던지며 화려한 댄스 공연을 펼치면서 최고의 문화 이벤트라는 평을 받았다. 대회 스폰서인 중국 BYD는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오랜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새롭게 비상하는 이미지를 키워온 항저우 입장에서 세계 젊은이들이 이목을 끄는 사이버 스포츠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일정이 겹치는 서호박람회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준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이 대회 공식 온라인 방송인 ‘피피라이브(pplive)’의 동시 접속자 수는 100만 명을 넘나들었다. 중국의 세계적 농구스타 야오밍의 미 프로농구(NBA) 데뷔 경기 때의 38만 명을 훨씬 웃돌았다.

항저우시의 지오룽푸 체육국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는 데다 화려함과 첨단의 맛을 더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내년 대회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 알리바바닷컴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 빈깡구 지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울시와 항저우시는 e-스포츠·애니메이션·게임 발전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항저우(중국)=박경덕 기자, 박명기 일간스포츠 기자

◆항저우=‘오월동주’로 유명한 월나라의 중심이자 남송의 수도였던 2000년 역사의 고도다. 최근에는 인근의 상하이·쑤저우와 함께 첨단 IT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