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이 이룬 또 하나의 반도체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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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나노 8기가 낸드플래시 그리고 세계 최대용량의 80나노 2기가 DDR2 D램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다시 보여준다. 지금까지 80나노(1나노m=10억분의 1m) 2기가 DDR2 D램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삼성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또 머리카락 2000분의 1 굵기인 최첨단 60나노 기술이 접목된 8기가 낸드플래시로 메모리 카드를 만들면 손톱만 한 것 하나에 신문 102만장 또는 4000곡의 음악 파일을 저장한다니 가위 혁명적이다.

또 이번 기술로 삼성은 외국경쟁사와의 기술 차를 벌리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니 어두운 소식뿐인 한국 경제에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술은 특히 삼성뿐 아니라 이동통신.컴퓨터.휴대전화. MP3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새 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의 개가는 한국도 기술력만 있으면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삼성은 경쟁사보다 20년 늦게 반도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1등 기업이 됐다. 삼성은 '반도체 성능은 18개월 만에 2배로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깨고 1999년 이후 매년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배씩 늘려오고 있다. '황(황창규 사장)의 법칙'이란 새 이론이 나올 정도다. 삼성은 지난해만도 6조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도'코리아'는 몰라도'삼성'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기업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 삼성 성공의 배경에는 리더의 통찰력과 과감한 인력.기술 투자,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등이 있다. 업계는 여기서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 정부도 제2, 제3의 삼성전자와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