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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때문? 취업 때문?

중앙일보

입력


대학 간판이냐, 특기적성이냐. 대입수험생이라면 대학과 전공 선택을 앞두고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순간의 선택으로 대학 재학 중 진로에 대한 고민에 다시 빠지게 될 수도 있다. 한 번의 좌절 뒤 복수전공 기회를 이용, 새로운 도전기를 쓰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 유의점을 들었다.

입학후 전공·교양 들으며 진로 탐색

사회학과 종교학을 복수전공한 뒤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김민아(28)씨. 그는 복수전공으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갔다. “대학에 입학할 땐 사회 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는 기대에 사회학과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고 전공을 더 깊이 공부할수록 사회학 지식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겨났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사회학 속에 숨어있는 종교 문제들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를 풀기위해 다른 학과의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을 들어봤다. 다른 학문에서라면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종교학과 수업을 접했고, “아, 이런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종교학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이후 4학년 때는 전부 종교학 수업을 들을 정도로 종교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종교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할 때는 고민이 많았다.

“주전공이었던 사회학도 취업에 유리한 학과는 아니었는데 복수전공까지 그런 학과를 선택하려니 많이 망설여졌어요.” 그러나 김씨는 대학 시절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종교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 결정이 지금의 석사과정으로 이어졌다. 김씨의 꿈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개신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진로를 바꾸게 된 것. 김씨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적성을 알지 못한 채 대학에 지원한다”며 “대학 입학 후 다양한 전공과 교양을 들어 보며 진로를 탐색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관심 분야의 교수들을 찾아 진로를 설계해볼 것”도 당부했다. 진로가 눈에 보이면 자신의 적성에 확신이 생기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복수’ 잘못 선택하면 실패할 수도

고려대 4학년인 정서준(23)씨는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2년 전 사법고시를 포기했다. “실제법학과에서 공부해보니 과연 내 길인가 의문이 들었어요. 법학에 대한 흥미는 있지만 사법고시 외의 다른 진로를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답답했죠.” 정씨는 그 뒤부터 취업을 고민했다. “당시 구체적인 직업 목표를 잡은 것이 아니어서, 무엇을 하더라도 직·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가 선택한 복수전공학과가 경영학이다. “기업경영 이론은 어떤 분야로 진출해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경영학 공부는 영어 강의와 팀 발표수업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어와 발표 실력을 개발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준비 없이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자신의 적성능력과 전공이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각 전공마다 요구하는 학업능력이 달라 자칫 잘못 선택하면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대는 수업의 절반이 영어강의로 이뤄져 처음 경영대 수업을 들을 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기 위해 밤 잠을 설치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는 복수전공을 선택할 때 주의사항도 알려줬다. “고려대의 복수전공은 또 다른 전공을 하나 더 듣는 것이어서 3~4개 학기를 더 다니게 된다”며 “등록금과 졸업시기 지연 등의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공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히기로 했다. 법학과와 경영대에서 동시에 전공으로 인정되는 과목들을 조사했다. 이런 과목들을 위주로 수강해 시간과 경비를 절감했다. “복수전공을 생각한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수강계획을 짜임새 있게 짜야 해요.”

한솔제지 남지현 채용파트장은 “최근 정씨처럼 이중복수전공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취업시장에서 이중복수전공자 비율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전공별 장점을 살리면 채용 시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은 “조사 결과 구직자의 66.5%가 복수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며 “경기불황 속에서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수전공을 하려는 추세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설명]서울대에서 사회학종교학을 복수전공한 김민아씨는 “다양한 전공과 교양수업으로 자기 적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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