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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살아 있는 모든 건 이를 닦는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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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랑이도 치카치카 악어도 치카치카
에디트 슈라이버 빅케 지음, 레나테 하빙거 그림
김수연 옮김, 달리, 40쪽, 8500원

이가 하나 둘씩 빠지고 새로 돋는 이빨 갈이가 한창인 우리 아이는 이빨 닦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 하지만 산타클로스를 더이상 믿지 않는 이 친구는 호랑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호랑이 흉내를 내 이빨을 닦도록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충치 괴물도 안통한다. "이를 다 썩게 할 정도로 힘 센 놈이라면 눈에 보여야 할 텐데 하나도 발견할 수 없잖아"라고 나올 게 뻔하다.

이 책을 읽히면 아이는 최소한 마음이 흔들릴 것 같다. 운 좋으면(아이가 그렇게 고집센 편이 아니라면) 아마 이빨을 열심히 닦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는 다 닦았니?"라는 말을 지겨운 말 중에서도 가장 지겨운 말로 여기는 주인공 '나'에게 엄마는 이빨을 열심히 닦는 다른 사람들, 동.식물의 경우를 차례로 소개한다. 할아버지.오빠.아빠.치과 의사 선생님.선생님.교장 선생님.아나운서.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등등. 나는 그러나 헬레네와 에곤은 절대로 닦지 않는다고 응수한다. 그러자 엄마는 고양이.공룡.호랑이.바다코끼리.코뿔소.상어.꼬리감는원숭이.방울뱀.프레리도그는 물론 카우보이.인디언.보안관.악당도 이빨을 열심히 닦는다고 설득한다. 심지어 민들레.드라큘라.톱니바퀴 철로도 들이댄다. 결정적으로 내 생각이 바뀌는 건 엄마를 피해 헬레네와 에곤에게 놀러갔다가 "사람은 무조건 이를 닦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전하자 두 아이가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고나서다. 책의 두 쪽 가득 두 아이의 입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데, 성한 이빨이 없다. 시종일관 미소짓게 하는 익살과 마지막의 깜짝 반전이 감칠맛 난다. 그림도 인상적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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