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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서울탐험] 쌍문동 옹기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주둥이와 밑바닥 너비가 비슷하고 중간 배부분의 곡선이 완만한 서울.경기도 항아리, 볼록한 어깨선 아래로 곧게 좁아지는 전라도 항아리, 배부분이 유난히 볼록한 경상도 항아리….

평화로움이 깃든 시골 장독대의 모습은 고향을 생각할때 빼놓지 않고 떠올리는 정감있는 삽화다.

찰흙에다 나뭇잎이 썩어 만들어지는 부엽토를 섞은 뒤 잿물을 입혀 구워내는 항아리(옹기.甕器). 찰흙안에 들어있는 모래 알갱이가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공기를 통하게 함으로써 김치.간장.된장.젓갈 등 발효음식을 잘 익게하기 때문에 '숨쉬는 그릇' 으로 불린다.

옹기는 용도가 다하면 흙으로 되돌아 가는 자연 환원성이 뛰어나고 쌀이나 씨앗 등을 넣어두더라도 썩지않는 방부(防腐)성이 탁월하다.

서울 도봉구 쌍문1동 497번지 우이천변 주택가의 3층 건물에 위치한 옹기민속박물관에서는 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진 우리 민족 고유의 각종 옹기를 구경할 수 있다.

전국에서 수집된 2백50종 3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피부에 염증이 생겼을 때 고름을 빼내 담는 부항단지, 어머니들이 용돈 마련을 위해 쌀을 조금씩 모아 두었던 좀두리 쌀독,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던 업이 겨울잠을 잤다는 뱀항아리가 특이하다.

이렇게 종류가 많냐싶을 정도로 다양한 전통 옹기가 비치돼 있으나 외국인들은 거의 찾지않아 ' '국내용' 에 그쳐 '아쉬움을 준다.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 때문에 통역 안내원이나 체계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직원을 둘 엄두를 못낸다는 것.

이 박물관 관계자는 "점점 사라져 가는 유물의 보존과 대물림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간 관련 단체의 전문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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