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리어단 지음 '올리버 스톤 1·2'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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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국의 아픈 곳만 건드리는 감독. 항상 논쟁의 한 중심에 서서 미국인들을 양극단으로 갈라놓는 문제아. 바로 할리우드의 급진적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54)에 대한 평가다.

'플래툰' 에서 'JFK' , 그리고 '킬러' 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대중적인 소재를 택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감독이 된 그의 일생을 다룬 전기 '올리버 스톤 1.2' (제임스 리어단 지음.이순호 옮김.컬처라인)가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됐다.

이제는 스톤과 그의 작품세계를 다룬 책이 많지만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나온 1996년만 해도 그를 정색하고 다룬 책은 없었다.

더욱이 극도로 비밀유지를 중시하는 까다로운 감독의 촬영노트를 함께 보며, 3년 동안 촬영현장을 따라다니면서 함께 작업한 할리우드 최고 스타 등 주변인물 8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물인 만큼 미국인들의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터무니없는 소문을 선정적으로 포장하거나, 아니면 주인공의 증언대로만 적어 찬사 일변도로 흐르기 쉬운 생존인물 전기를 저자가 객관적으로 다룬 것도 이 책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이 책은 '플래툰'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뉜다. 그의 첫 작품이자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대표작이어서가 아니다.

여러 면에서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플래툰' 이전은 주로 그의 어두운 인생이야기, 이후는 주로 그의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온전한 인물전기라기보다는 사생활이 많이 포함된 그의 작품세계 분석서라고 할 만 하다.

잘 알려진 대로 스톤은 베트남 참전군인 출신이다. 그래서 '플래툰' 과 '7월4일생' 은 자신의 이야기로 일컬어지지만 'JFK' 나 '월 스트리트' 같은 영화를 그의 일생과 연결해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모든 영화가 바로 그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아버지는 증권 브로커. 프랑스 출신의 어머니는 항상 파티에 묻혀 살았다. 부유했던 스톤에게 갑자기 닥친 부모의 이혼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정이 무너지며 아버지는 파산했다.

때마침 케네디 암살이 벌어지자 스톤은 부모 세대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수없이 많은 영화사로부터 퇴짜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10년을 참아 '플래툰' 을 만들었던 것처럼, 대본이 완성되기 전부터 '워싱턴 포스트' 를 위시한 모든 언론으로부터 쏟아진 비난에 굴하지 않고 'JFK' 를 완성한 것은 모든 부모 세대의 가면을 벗기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던 셈이다.

'월 스트리트' 도 마찬가지다. 87년 블랙 먼데이 직후 개봉돼 할리우드 사상 처음으로 당시 신문 헤드라인을 주제로 한 영화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덜 그다운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특징인 광기가 빠졌다는 것이다.

예일대를 박차고 베트남에 가버린 아들이 아버지에 바친 이 영화는 주변의 증언대로 아버지 문제만 맞닥뜨리면 창조적 광기가 도망쳐 버리는 스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감독 데뷔 전 그에게 작가로서 명성을 안긴 작품으로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와 '스카페이스' 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두 작품이 모두 마약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에 빠졌던 그의 어머니처럼 그도 마약 중독자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는 물론 첫 결혼 이후에도 마약에 취해 살던 그는 정말 원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먼저 마약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스카페이스' 였다. 각본을 쓰느라 마약밀매의 해악을 조사하면서 그는 마약에 대한 두려움을 똑바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스톤은 " '스카페이스' 를 코카인과 작별하는 의미로 썼다" 며 "나를 짓밟은 것을 글로 씀으로써 복수를 한 것" 이라고 회고한다.

사실 '플래툰' 이전의 그의 생활은 정신적 방황과 마약.섹스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성공한 이후에도 배우 윌렘 데포의 말처럼 "늘 악마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할리우드 제작 관행에 맞서 늘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감독이란 점에서 그의 삶은 모든 이에게 훌륭한 인생가이드가 될 만 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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