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로 인생바뀐 4인의 이야기] 이광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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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18이 없었더라면 지금 산사(山寺)에 있을텐데…. "

이광영(李光榮.47.광주시 동구 산수동)씨는 5.18로 인해 본의 아니게 환속(還俗)했다. 그는 73년 불문(佛門)에 들어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법문(法文)을 닦던 승려였다.

80년 5월 친구가 수도 중인 광주 무등산의 증심사로 석가탄신일 행사를 도우러 왔다 5.18을 만났다.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진 시민.학생들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법의(法衣)를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사상자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80년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21일 공수부대원들이 난사한 총에 척추를 다쳤다. 하반신을 못쓰는 몸을 휠체어에 싣고 되돌아가기엔 절은 너무 멀었다.

먹고 살기 위해 도장 파기부터 비롯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만화가게를 하면서 부인 나영숙(羅英淑.40)씨를 만나 83년 결혼, 고교 3년.1년인 두 딸을 두었다. 李씨는 "전생의 죄로 인해 이승에서 겪는 업보이자 부처님의 뜻이라 여긴다" 고 말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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