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긴급 좌담] '공적 자금' 해법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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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금융권의 부실채권 66조7천억원, 구조조정 소요자금 30조원, 연내 추가조성 공적자금 14조원'

정부가 연내에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전제로 지난 15일에 발표한 내용이다.그동안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공적자금 추가조성 필요성과 규모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을 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주가는 여전히 침체돼 있으며, 외국의 반응도 신통치가 않다.

국회동의를 통한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한사코 피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입장은 정부내에서조차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열쇠격인 공적자금 문제와 관련, 조윤제(서강대)·나성린(한양대)교수와 이종구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간의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김정수 전문위원이 사회를 맡고 참석자들이 e메일로 의견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발표한 금융 부실규모가 정확하다고 보는가.

조윤제 교수 “부실채권은 분류기준과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너무 느슨한 기준으로 분류해 왔다. 보다 보수적으로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나성린 교수 “정부의 부실추정이 부정확할 수 있다. 첫째,작년의 대우사태에서 보듯 다른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대규모 파산사태가 발생한다면 이 부실 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둘째,숨겨진 부실이 있을 수 있다. 지난번 1차 금융구조조정에도 공적자금 64조원 이외에 공공자금 20조원 이상이 더 투입되었던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종구 국장 “정부 발표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른 것으로 선진국 수준의 신뢰성이 있다.또 6월말까지 금융권의 잠재부실요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부실정리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금융구조조정 계획의 핵심은 공적자금이다.정부가 얘기하는 규모로 충분한가.

趙교수 “부실파악을 관대하게 할 수록 소유자금이 적을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부실이 더 가시화되면서 공적자금 소요액도 커진다. 지난 2년간 우리의 경험이 그랬다. 지금 추정되는 부실로 볼때 적어도 40조∼50조원 정도의 추가 공적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羅교수 “정부가 얘기하는 규모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규모보다 더 큰 공적자금의 투입은 곤란하다.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도덕적해이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상당부분은 투자자와 경영진 그리고 금융기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힘든 금융기관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있더라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李국장 “공적자금은 재정과 국민의 부담을 감안할 때 충분히 쌓아놓고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64조원의 공적자금을 국회 동의를 거쳐 조성한 것은 국민이 정해준 범위내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정부가 약속한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다.

국회로부터 보증동의를 받아 재원 걱정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철저한 책임분담과 자구노력 선행의 원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신규로 공적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李 “정부가 신규로 공적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확정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의 정리와 이에 소요되는 자금의 투입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할 과제이다.

앞으로 부실금융기관의 정리는 적기시정조치(prompt corrective action)에 의해 예금보험공사의 일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다. 예금보험요율 인상 등을 통해 재원 확충도 시도할 것이다.”

羅 “신규로 공적자금을 마련하지 않고 2차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좋다. 그러나 국회 동의를 얻기가 귀찮아서 편법을 동원한다면 공적자금 사용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李 “공적자금에 관해 국회동의를 받을 때 발행액,상환기간 등을 지정했다. 상환기간이 도래하기 전에는 회수금은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편법이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

趙 “자금회수나 성업공사 차입 등의 재원조달을 편법이라는 것은 좀 무리다. 그럴 수만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단시일 내에 투입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어 이를 통한 공적자금 동원은 불충분하다고 본다.”

-공적자금의 편법 운용도 문제지만, 공적자금을 회수해 쓰는 것 자체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 아닌가. 국회가 동의한 것은 공적자금 규모 뿐 아니라, 그 용처에 관해서도 동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趙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이 되므로 국회동의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또 그래야 금융 구조조정 비용이 투명해 진다.”

羅 “새로운 공적자금을 조성하지 않고 기존의 공적자금의 회수분을 재활용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그 용도에 관해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정상이다.”

李 “공적자금의 사용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회수자금을 재사용할 경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공적자금의 사용과 관련된 불신을 해소해 나갈 것이다.”

-공적자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면,차라리 투명하고 솔직하게 국회 지원을 요청해야 하지 않는가?

趙 “그렇다.”

羅 “공적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그러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투명하고 바람직하다.”

李 “추가 필요자금을 신규 조성키로 결정한다면 국회의 심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공적자금과 관련한 절차와 집행 과정이 투명하다고 생각하는가.

羅 “현재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발표되지 않고 있어 과연 공적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낭비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기관에 얼마가 투입됐고 또 얼마나 회수됐는지를 분명히 정기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그리고 공적자금 투입 이유와 과정 또한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이것은 다음 정권에 가서 청문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李 “공적자금 투입은 국회동의·국무회의의결 등 국내법규와 국제기준,시장원리에 입각하여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됐다.투입절차 뿐 아니라 투입과정도 국회보고 등을 통해 전부 투명하게 밝혀왔다.”

趙 “금융 구조조정 과정은 철저한 보안과 비밀을 요하는 부분도 많다.시장불안 때문이다.그러나 사후적으로라도 과연 합리적이고 적정한 기준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는지에 관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살아남을 금융기관과 퇴출시킬 금융기관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趙 “공적자금은 조기에 충분히 투입하는 것이 좋다.대신 경영혁신을 담보로 해야 할 것이다.그래야 투입대상인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이때 정부와 금융기관이 인력감축 등 경영혁신에 관해 구체적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

羅 “4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모두 조속히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금융구조조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투입할 필요가 있다.다만 투입후 자체적으로 소생이 가능한 금융기관에만 투입해야 하고,그렇지 않은 금융기관은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李 “생존·퇴출 중심의 물리적 금융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시급한 부실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됐다고 본다.또 정부가 금융기관의 생존·퇴출여부를 판단하려고 하면,소문으로 예금인출 등 혼란이 올 수 있다.이제부터는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기관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기다.정부도 관련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구조조정은 끝인가?

趙 “물론 아니다.금융 구조조정은 미래의 금융산업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금융부문에 대한 뚜렷한 비젼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

또한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매입대금 회수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자산관리공사의 경영·자산관리·매각도 효율화시켜야 한다.”

羅 “공적자금 투입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모든 책임은 금융기관·경영진·투자자에게 있다. 파산할 경우의 보상은 예금보험과 같은 시장제도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정부가 더이상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관치금융을 근절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관치금융의 관행을 지속한다면 문제 발생시 또 다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李 “금융구조개혁은 중단없이 지속돼야 하는 과제다.이를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구조개혁 계획과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이해와 협조, 특히 금융기관의 의식과 관행 혁신이 필수적이다.”

정리=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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