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교육 '나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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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이 너무 부실하다. 부산시가 세운 특수학교조차 시설이 엉망이다.

부산시립 동암학교는 지난해 교실 3칸을 증축했으나 화장실은 짓지 않아 학생들이 80여m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한다.

동암학교 심년웅(沈年雄.55)교감은 "부산시교육청에서 지원한 돈이 모자라 교실만 지었다" 고 말했다.

통학버스도 부족해 서서 가는 학생이 있다. 집이 먼 학생들은 하루 3시간 이상 좁은 버스에서 시달려야 한다. 통학거리가 멀어 대.소변을 참느라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통학버스는 한결같이 대형이어서 골목길 등 좁은 길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힐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1㎞ 이상 떨어진 큰길까지 가서 차를 타는 장애인도 있다. 학교는 방학이 되면 아예 문을 닫아 버려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힘들다.

부산지역 9개 특수학교(재학생 1천8백50명) 학부모들은 1998년 10월 부산시 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회장 손병무.73)를 만들어 특수교육 개선을 끈질기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이나 교육부는 들은 척도 안한다. 협의회 회원들은 "특수학교는 수업이 끝나면 학생을 곧장 집으로 돌려보낼 뿐 언어치료나 물리치료 등 사회적응 교육을 하지 않는다" 며 "장애인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재활학습 수련원이 있으면 좋겠다" 고 호소하고 있다.

회원들은 또 "자식을 맡길 곳이 없어 집을 비우지 못하는 학무모가 많다" 며 "장애인을 단 하루라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임시 보호소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협의회는 지난 12일에도 특수교육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1급 장애아인 외손자(14)를 7년째 돌보고 있는 孫회장은 "학생을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를 보기 어렵고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보조교사에게 수업을 맡겨놓고 정식교사는 대부분 놀고 있다" 고 주장했다.

대구의 8개 특수학교도 정규 수업 외에는 장애 아동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체 장애자들이 공부하는 대구시 북구 성보학교 관계자는 "학생을 한꺼번에 통학버스로 하교시켜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정용백.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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