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평가주간' 선정 위원 로랑 아크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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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 한국영화를 접할 기회는 많은가.

"칸 영화제에서 3년째 비평가주간 초청작을 선정하느라 한국영화를 많이 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여고괴담2' 이다."

- 아시아영화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유럽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권에서도 나라마다 다 다르다. 한국영화계를 보면 힘을 뭉쳐 강하게 일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일본은 하나 하나 흩어진듯한 인상이다.

올해 비평가주간에 오른 일본영화는 한편도 없지 않는가.

한국 작품 중에서는 '해피엔드' 가 선정됐지만 욕심같아서는 '여고괴담2' 와 '반칙왕' 도 포함시키고 싶었다."

- 지난 몇년사이 한국영화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혈기 왕성한 젊은 영화인들의 활동을 꼽고 싶다. 그들은 기존의 틀을 따르기 보다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독특한 영화문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화제작자들이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그 결과물이 몇년동안 새로운 차원의 영화로 나타나고 있다."

-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제안이라도.

"영화제를 겨냥한 영화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좋은 영화를 만들다보면 영화제 참가나 수상은 부차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해피엔드' 의 감독이나 제작자도 이 영화를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고자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렇다면 좋은 영화의 조건은.

"관객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냄새까지 맡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자기 자신을 느끼고,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이 수준은 넘어야 좋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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