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수사기관 불법감청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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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전화 감청 허가기간(일반감청 3개월, 긴급감청 48시간)을 초과했거나 감청 허가서류 없이 벌인 불법 감청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수사기관의 감청 남용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39일간 검찰.경찰.관세청.정보통신부.조달청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해 33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감사원이 수사기관의 도.감청 실태에 대한 감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 등 4개 경찰서 경찰관들의 경우 관할 전화국 시험실장에게 부탁해 허가받은 감청기간을 1~6일 초과해 사실상 불법 감청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노원경찰서 등 2개 경찰서 경찰관은 검사 또는 총경급 이상이 결재한 문서를 제시해야 하는데 공문에 결재 관인을 몰래 찍은 뒤 민간인 3명의 통화 내역과 신상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통신비밀보호법에는 휴대폰 음성사서함의 경우 통신사업자가 메시지 내용을 출력한 뒤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하는데, 정통부는 비밀번호 자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지침을 시달해 수사기관들이 감청허가기간 후에도 확보한 비밀번호를 토대로 계속 불법 감청을 할 수 있도록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1997년 1월~99년 6월 통신사업자에 의해 수사기관에 제공된 휴대폰과 무선호출 음성사서함의 비밀번호 숫자가 3천5백여개에 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국가기관이 수입.제조하는 감청설비는 통신비밀보호법(제10조)에 의해 정통부의 인가를 받지 않도록 규정돼 있어 문제" 라며 "관련법을 고쳐 국가기관이 수입하는 감청설비도 인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검찰.경찰의 감청 집행건수는 97년 4천1백34건에서 98년 4천6백75건으로 늘었다가 98년 가을 국회 국정감사 때 불법감청 논란 이후 99년 2천1백54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경우 97년 7백73건에서 98년 7백95건, 99년 8백2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정원은 국가 주요 기밀사항에 대한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법 규정을 들어 감사를 거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기무사 등 군 수사기관도 감청 대상이 군인이라는 이유로 특감에서 뺐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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