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국기업 공동 마케팅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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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국내 중견 제약업체인 중외제약은 지난달 한국노바티스와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고혈압 치료제인 '디오반' 을 함께 판매하되 시장을 나눠 공략하기로 한 것.

중외제약은 대학 병원을 비롯한 4백 병상 이상을 갖춘 대형 병원을, 노바티스는 그 이하의 병원을 맡기로 했다.

두 회사의 이런 공동 판매 전략은 국내 제약업체들이 외국업체들의 진입을 꺼려온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의약분업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 이라며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협력하겠다" 고 말했다.

동아제약과 그락소도 최근 그락소의 항(抗)구토제 '조프란' 을 공동 판매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국.공립병원은 동아제약이, 사립병원은 그락소가 맡아 조프란을 팔기로 한 것.

최근 한국업체와 외국기업간의 공동 마케팅이 전에 없이 활발하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기업들이 경제단체 등을 앞세워 외국기업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 했었던 모습과는 크게 달라졌다.

국내 업체는 외국 기업의 선진 마케팅 기법을 배우고, 외국기업은 한국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해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이런 제휴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공동 마케팅은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한 정보통신(IT).벤처업계에서 많이 늘어나고 있다.

컴팩 코리아는 한국통신 및 벤처기업인 한아시스템과 공동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3사 공동으로 한국통신 하이텔의 전용선을 신청하는 업체에게 캠팩의 서버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야후코리아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화재의 인터넷 마케팅을 대행해주는가 하면 종합교육업체인 대교와는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기로 했다.

한국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며 해외에서 다국적 기업들과의 공동 마케팅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벨기에에서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 달초 시작해 오는 11월 중순까지 계속할 이 행사에서 LG전자는 코카콜라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면서 패션TV '네띠(Netee)' 4만대를 경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제일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코카콜라와 공동 마케팅을 전개해 우리 회사 및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자는 목적"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는 올 초 세계적인 엔진 오일 메이커인 캐스트롤과 '현대-캐스트롤 월드 랠리팀' 을 만들었다.

전세계를 돌며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인 월드 랠리에 한 팀을 이뤄 참가하면서 현대는 베르나 승용차를, 캐스트롤은 엔진 오일을 각각 공급하는 등 공동 홍보활동도 벌이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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