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양양서 산장 경영 김명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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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도 부자입니다."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에 위치한 강원도 양양군 서면 미천골 자연 휴양림.

맑은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가 끝없이 이어지는 휴양림 한 가운데서 1997년 5월부터 '불바라기 산장' 을 운영하는 김명석(34)씨는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자연과 호흡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고향인 金씨는 서울로 유학,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과 속초에서 3년여 직장생활을 했으나 번잡한 대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부인 엄연진(35)씨도 남편의 탈(脫)도시 구상에 적극 찬성이었다.

목표가 정해지자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 5백50평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결정, 땅을 물색하러 다닐 필요가 없었다.

산장은 미국식 목조주택을 본떠 주변의 휴양림과 한껏 어울리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金씨는 96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경기도 일산 등의 유명 목조주택을 둘러보고 SM하우징 한삼영(35)사장의 도움을 받아 2층짜리 본채와 별채를 직접 설계, 공사에 들어갔다.

대지 60평의 본채에 방 4개, 별채(20평)에 방 7개를 앉혔고 콘도처럼 방마다 별도의 주방과 화장실을 배치했다.

특히 본채 1층에는 방 숫자를 줄이는 대신 20평 규모의 카페를 만들어 부인 嚴씨가 매일 밤 피아노 연주회를 갖도록 배려했다.

金씨가 배관과 화단 정리 등을 직접 맡았으며 건축비는 평당 3백만원, 모두 2억4천여만원이 들었다.

자신이 살 집이라는 생각에 좋은 자재를 선택하다 보니 다른 목조주택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산장은 뛰어난 주변 경관과 아늑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덕택에 손님들의 입을 거치면서 미천골 휴양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면 방을 잡기가 힘들 정도며 벌써부터 여름 휴가철 예약을 받고 있다.

이같은 수요를 반영, 지난해 가을 본채 옆에 통나무집 황토방 2개를 추가로 지었다.

金씨는 방 하나 빌려주고 하루 4만~5만원, 카페에서 피자와 전통차를 팔아 한달에 2백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시골생활로서는 쏠쏠한 벌이지만 은행에서 빌린 건축비의 이자를 갚고 나면 간신히 현상유지할 정도다.

金씨는 "자연과 친구가 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돈 몇푼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 아니냐. 돈 벌이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고 말한다.

이같은 이유로 그는 수입과 지출내역을 기록하지 않는다.

또 단체나 학생손님은 분위기를 깨뜨린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가족단위의 손님만 고집한다.

0396-673-4589.

양양〓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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