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이세돌-원성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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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웃음 뒤에 칼을 감춘 元2단의 강수

제2보 (20~40)〓원성진2단은 전체적으로 작고 둥근 소년이다. 웃는 모습이 편안해서 동자불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서봉수9단은 "무슨 소리. 눈매가 매섭잖아요" 하며 인상부터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흑▲로 고약한 주문을 던져놓고 지그시 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세돌3단은 가늘고 긴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수를 읽는다. 목소리부터 어딘지 공격적이고 카랑한 느낌을 주는 이 소년의 눈매는 척 봐도 칼날같다.

3분만에 떨어진 20이 임기응변의 호착. 흑A의 끼움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21은 당연하며 22도 기세. 흑은 우상에서 번 대신 하변이 깨졌다. 27이 선택의 기로였다.

검토실의 양재호9단은 '참고도' 흑1이면 무난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좋게 생긴 元2단은 노타임으로 27에 밀어붙인다. 굉장한 기세. "순하지 않다니까요" 하던 서봉수9단의 말이 퍼뜩 떠오른다.

소리장도(笑裏藏刀)인가. 겨우 15세인데 웃음 뒤에 칼을 감춘다면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다.

예전 침묵과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이창호9단과는 또다른 경지가 아닐 수 없다.

31로 뚫어 기세의 대결이 계속된다.

흑은 강력하게 외세를 추구하며 하변의 실리를 내팽개쳤다. 중앙 흑세가 어느 정도 구실을 할 것인가가 이판의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우선 백40의 공격에 이 흑을 안전하게 살려내야 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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