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서울대 연구소만 이전” “모든 신입생 1년간 합숙 교양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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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만 보내고 싶다”(일부 본부 관계자), “사회적 요구를 채우려면 정원을 늘려야 한다”(공대), “1학년을 보내 교양 교육을 시키자”(인문대).

세종시 진출을 둘러싸고 서울대 각 단과대학과 본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민과 갈등이 증폭되자 서울대 본부는 공식적으로 “정부의 세종시 관련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세종시 진출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과장된 구상이 나오는 것을 경계해서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결론이 쉽게 나진 않을 전망이다. 정원 확충을 원하는 일부 단과대와 달리 본부 주요 보직 교수들은 ‘세종시 학부생’ 선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주요 보직 교수들은 최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세종시에서 학부생을 뽑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 캠퍼스 논의에는) 국립대로서 서울대의 책무가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인지, 수가 적어도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야 한다”며 “세종시에서 학부생을 뽑는다면 지금의 서울대 학생들처럼 우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세종시 캠퍼스에서 학부생을 뽑아 정원을 늘린다는 공대 등의 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보인 것이다. 또 다른 보직 교수 역시 “연구소야 이전한다고 해서 크게 지장이 없겠지만, 학부생을 뽑는 것은 서울대 전체 위상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연구소만 이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공대 등은 정원 확충이 우선적 과제라는 입장이다. 공대와 경영대는 최근 5년 사이 입학 정원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공대 강태진 학장은 평소 “산업계의 요구에 발맞추려면 서울대 공대가 우수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며 “영재학교 졸업생을 우선 선발하는 방식으로 우수한 학부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본부에는 최근 세종시에 기숙사를 만들어 서울대 신입생 전원을 1년 동안 합숙하게끔 해 교양교육을 시키자는 의견도 전달됐다. 이른바 기숙 학교(residential campus)다. 이 안은 인문대 변창구 학장이 제시한 것이다. 변 학장은 “신입생들에게 집중적으로 교양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기숙학교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주종남 기획처장은 “지금 알려진 안들은 모두 초보적인 단계에서 논의가 멈춘 상황”이라며 “본부는 특정 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알려왔습니다]

서울대 인문대 변창구 학장은 세종시 이전 논란과 관련한 12월 9일자 6면 “모든 신입생 1년간 합숙 교양교육”이란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단과대학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구상한 안”이라며 “자발적으로 간다는 게 아니라 서울대가 세종시에 꼭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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