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재미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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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게 빙판을 스치는 스케이트 날, 발레처럼 우아한 스핀과 스파이럴 동작.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는 피겨스케이트다. 그저 “재미있어서” 혹은 “예뻐 보여서” 배우기도 하지만 “김연아 선수처럼 되고 싶어 빨리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파란색 펜을 든 강사가 빙판 위에 길게 곡선을 그린다. 아이들은 파란색 선을 따라 얼음 위를 지친다. 스케이트의 바깥쪽 에지(날)로 후진하다 오른발로 스케이트의 앞부분인 토를 찍어 점프한다. 중급반 아이들의 ‘러츠(Lutz) 점프’ 연습 장면이다.

계남초등학교에 다니는 주현아(12)양은 TV에 나오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예쁜 모습에 반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주양은 연습 도중 넘어져 뼈에 금이 가기도 했지만 물리치료를 받고 보호대도 착용해가며 계속 연습했다. 그 열의가 대단해 선수지망생인 줄 알았더니 “그저 취미”란다. “선수가 되면 좋겠지만, 늦게 시작한데다 힘들어서 안될 것 같아요.”

이유진(13·갈산초6)양은 프로가 되는게 꿈이다. “친구가 배운다고 해서 관심이 갔어요. 처음엔 방학특강으로 시작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이양은 리듬체조를 배운 적이 있어 “유연성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스핀이나 점프가 잘 되면 기분이 참 좋아요.” 이양은 플립·룹·살코 점프에 이어 이제 러츠 점프를 배우고 있다.

우아한 자태를 보여주는 중급반 학생들보다 막 빙판 위에서 걸음을 배우는 초급반의 수업은 간단해 보인다. 초급반은 스케이트 에지를 사용하는 훈련이 대부분이다. 목동아이스링크 교육부 강사인 이은정씨는 “에지 사용이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트는 스케이트의 바깥쪽과 안쪽 에지로 나뉘어요. 보통 한쪽만 사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양쪽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후에는 안에서 바깥으로, 바깥에서 안으로 에지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에지의 사용을 정확하게 지키며 다양한 동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피겨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점프는 배우기가 더 어렵다. 이씨는 “정확한 에지로 얼마나 높이, 멀리 날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빙판을 지치는 속도가 점프로 이어져야 해요. 높을수록 가산점이 붙죠. 하지만 보통 여자 선수들은 점프 전에 속도를 일부러 줄이는 경우가 있어요.”

이씨는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남자 종목’이라 부를 정도로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기술 뿐아니라 안무·표정·손동작 등에서 나타나는 예술적인 감각도 중요하다. 발레와 재즈댄스로 유연성을 기르고 지상훈련으로 체력도 겸비해야 한다.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다. 장래희망이 스케이트 선수라는 장소은(11·신목초)양은 “스케이트가다른 운동보다 재미 있다”고 말한다. “얼음 위에선 어떤 동작을 해도 잘 미끄러져서 재미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참을 수 있어요.”피겨스케이트는 아이들 자세 교정에도 좋다. 한 부위만 계속 사용하는 테니스나 골프등과 달리 좌우대칭을 맞춰 이상적인 자세를 만들어준다.

이씨는 피겨를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무엇보다 끈기와 인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근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선수를 목표로 하며 부담을 갖는 것보다 취미로 타며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설명]피겨스케이트를 배우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재미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다리를 뒤로 높이드는 스파이럴 자세를 연습 중인 이유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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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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