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한랭전선? 한냉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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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겨울답지 않게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며칠째 영하의 추위를 보이고 있다. 한랭전선(寒冷前線)이란 찬 공기가 더운 공기를 밀어내고 그 아래를 파고들 때 생기는 경계면을 일컫는다. ‘한랭전선’을 ‘한냉전선’이라 표기하면 어떻게 될까?

‘한냉전선’이라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 일부 모음 앞에서 단어 첫머리의 ‘ㄹ’은 두음법칙 적용으로 ‘ㄴ’으로 적지만 어두가 아닌 경우엔 본래 음대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즉 냉각(冷却)·냉난방(冷暖房)처럼 ‘차가울 랭(冷)’이 첫머리에 올 때는 ‘냉’이라 적는다. 하지만 한랭전선·고랭지(高冷地)·급랭(急冷) 등과 같이 어두가 아니면 본음대로 ‘랭’이라 표기해야 한다.

‘랭(冷)’자가 들어간 것뿐 아니라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대부분 단어가 마찬가지다. 여자(女子)·연도(年度)·노인(老人) 등은 두음법칙에 따라 ‘계집 녀(女)’ ‘해 년(年)’ ‘늙을 로(老)’를 어두에서 각각 ‘여’ ‘연’ ‘노’로 적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부녀자(婦女子)·연년생(年年生)·촌로(村老) 등처럼 원래 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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