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판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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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천야오예 9단 ● 최철한 9단

제2보(17~26)=순한 최철한 9단에게 ‘독사’ 또는 ‘맹독’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의 기풍 탓이다. 빈사 상태의 돌을 버리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싸워 나가는 모습, 모양이 참혹하게 우그러지더라도 상대의 돌을 끊고야 마는 모습, 상대의 대마를 끝끝내 추격해 기어이 몰사시키는 모습 등이 ‘독하게’ 비친 것이다. 5~6년 전 이창호 9단을 쓰러뜨리며 일어설 때의 최철한의 바둑은 지금과는 달랐다. 두텁고 견실한 맛이 강했다. 이게 ‘독사’라는 별명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개인적으론 2004년 무렵의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

흑▲로 지키자 백△로 달려 나왔다. 다음 흑의 전략이 어려운데 우선 축이 불리한 만큼 A로 붙이는 수는 논외다. 최철한은 역시 17로 건너 붙여 허리를 잘랐다. 천야오예 9단도 20으로 힘차게 뻗어 ‘한판 붙어 보자’고 나온다(이 수로 ‘참고도 1’처럼 두는 것은 빵때림에 비해 흑의 실리가 너무나 좋다).

돌들이 산지사방으로 끊어졌다. 판은 순식간에 급류를 타고 있다. 흑은 좌측의 응원군을 잘 활용해야 한다.

천야오예 9단의 26이 실전적인 수. B로 머리를 내미는 게 행마지만 ‘참고도 2’ 흑2를 당했을 때 응수가 없어진다. C로 막자니 끊기고 3으로 늘자니 빈삼각 모양이 영 말이 아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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