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들 "LA로 다시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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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국계 미국인들이 8년전 일어났던 4.29폭동의 악몽을 딛고 당시 폭동의 중심지였던 사우스센트럴 지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지역의 한인 상점이 폭동 직후 5백여 곳에서 3백여 곳으로 줄었다가 최근 2~3년전부터 다시 몰려들기 시작, 현재 4백여 곳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국 사람들에게 이 곳은 범죄와 망나니 손님들의 소굴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2~3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변화로 투자 여건 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들은 아직도 1992년 4월 29일부터 사흘간 계속된 흑인 폭동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이 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난 데 격분한 흑인들과 남미계의 소요는 한국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고 무고한 한인 상점들이 4억달러 상당의 재산손실을 입었다.

그뒤 한인들은 줄줄이 이 지역을 등졌었다. 그러나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한인들은 '약탈과 방화의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한인 상인들은 과거와 달리 상점의 주요 고객인 흑인.중남미인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손님들에게 더 많은 웃음을 선사하고 얘기도 더 자주 나눈다. 폭동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통해 얻은 교훈을 지혜롭게 실천하는 셈이다.

폭동 피해자인 프랭크 임씨의 경우는 한인들간에도 모범이다. 그는 손님이나 이웃 주민들의 생일.결혼식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장례식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임씨는 "폭동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변화" 라고 말했다.

경제 호황, 범죄 감소, 치안 강화와 한.흑간 종교적 유대 강화 등도 한인을 다시 불러들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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