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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코믹영화 제작 언론에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매년 개최하는 '검은 넥타이 만찬' 에서 기상천외한 쇼를 연출해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클린턴은 이날 비디오 한편을 상영했다. 주연엔 클린턴, 조연에는 '아메리칸 뷰티' 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케빈 스페이시와 앨 고어 부통령이 출연한 코미디였다.

주연인 클린턴은 비디오에서 백악관의 잔디를 직접 깎고 호스로 물을 뿌려가며 대통령 전용 리무진을 세차했다.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하루(그가 곧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상징)를 묘사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웃기는 장면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클린턴은 중요한 모임에 참석하는 부인 힐러리를 위해 점심 도시락까지 만들었다.

힐러리가 바쁘다고 그냥 가버리자 도시락을 들고 문앞까지 뒤쫓아가 "여보, 도시락 가져가" 라고 소리친다. 또 전화교환수로 분장, "여보세요, 백악관입니다. 다른 전화가 왔습니다. 잠깐만" 하고 능청을 떠는 모습도 있다.

조연으로 등장한 케빈 스페이시는 클린턴이 들고 있는 오스카상 트로피를 빼앗아가고, 고어 부통령은 "클린턴의 환경정책은 훌륭했다" 며 고개를 끄덕인다.

퇴임 장면을 풍자한 듯, 클린턴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백악관 복도를 떠나가고 있다.

비디오가 상영되자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어떤 전임대통령도 클린턴 같은 유머감각으로 기자들을 웃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 상영이 끝난 뒤 클린턴은 한술 더떠 "영화에서 가장 엉터리인 것은 고어 부통령이 나의 정책에 찬사를 보낸다는 내용" 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클린턴과 사회자인 코미디언 제이 리노의 익살도 폭소를 자아냈다.

클린턴이 "지난 8년간 여러분에게 20년 동안 써도 될 기사거리를 제공했다" 고 말하자 리노는 "당신이 (백악관을)떠나는 것을 나보다 더 슬퍼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소재로 한 풍자로 명성과 자동차에 집까지 얻었다" 고 응수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아무리 나에게 짓궂게 굴었어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우리가 다 함께 희망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친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고 제이 리노를 치켜세웠다.

클린턴은 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최근 조지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쪽에 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그 양반 아직도 고생 덜 했나봐" 라면서 목소리를 흉내내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연예인인 샤론 스톤, 스파이크 리 등 2천5백여명이 참석했다. 98년 행사 때는 클린턴과의 섹스 스캔들 주인공인 폴라 존스를 인사이트지(誌)가 손님으로 초대하는 해프닝도 있었으나 이번엔 조용히 지나갔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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