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연구'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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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국내 미술사학계에서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궁중행사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담은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연구' (박정혜 지음.일지사)가 출간됐다.

산수화나 풍속화에 치우쳤던 학계의 편향을 보완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자료가 태어난 셈이다.

저자는 지난해 홍익대 대학원에서 같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정혜(39)씨. 이번 책은 학위 논문을 좀더 보완해 만들었다.

조선 시대 궁중기록화로는 행사 준비과정을 그린 일종의 매뉴얼북인 의궤도와 행사에 관여한 관원들이 기념으로 보관하기 위해 실제 행사모습을 그린 궁중행사도가 있다.

궁중행사도는 왕이나 왕세자가 국가 통치 주체로서 수행한 국가와 왕실의 의식내용을 담고 있다.

의궤도는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됐지만 궁중행사도는 일반에 소개된 도판 수도 많지 않을 만큼 학계와 일반의 관심에서 비껴 있는 상태다.

이 책에는 '수원능행도' 세부도를 비롯해 16세기에서 19세기의 궁중행사도 도판이 2백50여장이나 수록돼있어 박씨의 기본조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준다.

박씨는 "공부하면서 참고문헌이나 자료가 거의 없어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남들이 손대지 않은 분야를 개척한다는 매력을 느꼈다" 며 "조선시대 회화에 다각적으로 접근한다는 의의도 있다" 고 설명한다.

화집에 실린 도판 몇장을 우연히 본 후 궁중행사도의 매력에 빠져 1984년 대학원 시절부터 줄곧 이 주제에 매달렸다.

도판을 한장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박물관 뿐 아니라 개인소장가를 일일이 만나는 등 발품을 팔았다.

"석사 논문 쓴다고 누가 귀중한 그림을 꺼내서 보여주기나 하나요. 그런데 사진까지 찍자고 하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죠. 기본 자료를 구하기 위해 소장처를 알아내고 소장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일단 이 목록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내용을 파악하는 선에서 석사논문을 끝마쳤다.

그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더 많이 느껴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박사논문" 이라며 "앞으로의 연구도 자료 발굴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또 "왕과 관련된 행사를 담은 그림 이외에 일반 사대부 집안 차원의 행사를 담은 행사도도 많이 있다" 며 "이 부분 연구도 함께 해나갈 생각" 이라고 밝혔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현재 홍익대와 덕성여대.고려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석.박사과정에서 서울대 안휘준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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