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NGO] 인터넷으로 함께하는 시민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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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제 시민운동도 인터넷 시대 - .

인터넷을 통해 실공간에 묶여있는 시민 사회운동을 사이버 공간까지 확대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대표 李弼商 고려대 교수)이 지난 1월부터 '' (네티즌 사이에선 '따따따 따따' 로 불림)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매개로 네티즌의 '클릭' 을 실제 사회개혁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자보와 성명서.피켓시위 등을 통해 시민참여를 유도했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지양하고 e-메일.전자투표 등 디지털 방식을 통한 21세기 새로운 시민운동을 모색, '인터넷 벤처 시민단체' 의 전형을 세워간다는 점에서 학계와 시민단체들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같은 발상은 지난해 여름 하승창(河勝彰)사무처장 등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민운동가 10여명이 새천년에 걸맞은 새로운 시민사회상을 함께 모색하면서 비롯됐다.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일단 시민들의 적극 동참이 필수지만 집회 위주의 방식으론 한계가 뚜렷했죠. 무엇보다 불필요한 시간과 경비지출을 줄이고 시민참여를 더욱 쉽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습니다. "

여기서 착안한 게 바로 인터넷.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두달여 동안 유명 청바지 제조회사의 인터넷 도메인 허위공모에 맞서 펼쳤던 '사이버 시위' 가 네티즌들로부터 예상 외의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클릭' 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 운동은 결국 주최측의 공개사과와 3억원의 보상금(전액 북한동포돕기 성금으로 기탁)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고 이를 계기로 시민행동은 지난 1월 22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사이버 시민운동' 에 돌입하게 됐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는 분야는 예산감시운동. 전국 30여개 시민단체와 예산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0098.or.kr)와 고발전화(전국 어디서나 1588-0098)를 잇따라 개설, '국민혈세 지킴이' 를 자청하고 나섰다.

좋은 기업 만들기.학벌 없는 사회 만들기 등을 화두로 전문가와 일반 네티즌들의 수준 높은 토론방도 마련돼 있으며 인터넷상에서의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개인정보 부실관리 사이트 추적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엔 인기 사이트 27개를 집중 조사, 대부분 가입해지 때 개인정보 삭제.파기를 소홀히 한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띄워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시민행동의 또다른 야심작은 지난달 개강한 인터넷 시민학교(http://www.goodcitizen.or.kr).정치.경제.문화.환경 등 7개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 50여명을 사이버 교수로 초빙, 관심있는 네티즌들과의 쌍방향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5백여개 시민단체 홈페이지 정보와 해외통신원들의 살아있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소식도 인기있는 클릭 대상이다.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인터넷 유권자운동(ivote)에 돌입, 네티즌들의 토론을 거쳐 16대 국회의 개혁의제도 선정하고 새로운 '권력' 으로 급부상한 벤처업계를 견제.감시하는 운동도 조만간 펼칠 계획이다.

河처장은 "인터넷을 효율적 도구로 삼아 실공간에서의 '의미있는 시민행동' 이 일상화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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