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화장실 분양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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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화장실을 분양합니다' .

현대전자 청주공장(총괄임원 金棅薰전무)은 요즘 구내 1백20개 화장실을 임직원에게 분양하는 방식의 '화장실 신문화 창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분양' 방식은 책임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6천3백명이 근무하는 이 공장의 전체 화장실 중 3월부터 지금까지 분양된 것은 68개. 분양된 화장실은 '홍길동 화장실' 식으로 주인 이름을 붙인 문패부터 단다. 미분양 화장실과는 비교가 안되게 내부가 아늑하고 깨끗하게 바뀌었다.

은은한 향기와 음악은 기본이고 주인의 취향에 따라 분위기 연출을 위한 소품도 가지가지다. 화분.어항.거울.그림액자 등 시각효과를 위한 것도 있지만 시사정보.잠언.시.책 등 사색을 위한 소품도 걸리거나 비치됐다.

벽지를 바르거나 채광창 쪽에 커튼을 달아놓은 화장실도 있다. 비용은 회사에서 한곳에 30만원씩 지원해줬다.

분양받은 사람들끼리 '해우소' (解憂所.절의 화장실)라는 동호회도 만들었다. 이 모임은 화장실 문화와 의식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가입한 임원들도 짬짬이 손수 걸레질을 한다.

이 운동은 첨단기술과 청결한 환경을 생명으로 하는 반도체 공장답지 않게 화장실이 냄새와 담배연기로 첨단사업장의 이미지를 해쳐왔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이 운동을 선창한 노화욱(盧和旭.49)총무이사는 "용역회사의 청소로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가꾸는 데 한계가 있어 이 운동을 시작했다" 며 "달라진 화장실 분위기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면서 참여자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회사측은 반기별로 가장 세련된 화장실을 선발해 시상할 계획이다.

한편 맨 처음엔 이용자가 많고 더러운 화장실부터 6명의 임원이 맡았다. 분양 개념이 권리보다는 의무 위주이다 보니 미분양이 아직 꽤 있다.

그러나 지난 24일에만 여직원 5명이 신청하는 등 최근 들어 분양 희망자가 늘고 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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