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르노 매각 이후] 부품업체들 갈림길 놓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르노의 삼성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빗장이 열리면서 국내 부품 산업은 '기회 포착' 이냐 '몰락' 이냐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해외 유수 자동차 업체들이 확대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에 참여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 막바로 진출해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거래선이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도산 직전의 상태까지 몰렸던 부산 지역의 2천3백여개 삼성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마냥 장미빛이 아니다. 르노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는 중간에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대우차 협력업체들도 느끼고 있다.

대우차가 해외에 매각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내 매각시엔 현대측 협력업체와 겹친다는 이유로 정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에겐 하루 빨리 부품의 공용화.모듈화(부품을 1차 협력업체가 부분별로 미리 조립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부품 공용화.모듈화에 따른 비용 절감,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기술 향상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부품업체의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만도기계.덕양산업 등이 해외에 인수됐는데 이는 국내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며 "국내 부품의 가격.기술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살아남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GM.포드 등 메이저 업체의 인터넷 부품 조달망에 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