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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함께 답사한 천세만 군인 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전역을 앞둔 육군 대령이 역시 군인인 아들과 함께 1백55마일의 휴전선을 답사했다.

오는 7월 전역을 앞둔 특전사 5공수여단 부여단장인 천세만(千世萬.52.갑종225기)대령과 육군훈련소에서 분대장을 맡고 있는 아들 천인범(千仁範.22)상병.

이들은 지난 10일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를 출발, 25일 휴전선 서쪽의 마지막 초소인 경기도 파주군 오두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두사람은 매일 16.5㎞씩 16일간 휴전선 철책을 따라 강행군했다.

답사 기간 동안 千대령은 최전방 초소에서 장병들과 함께 숙식하며, 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또 사비(私費)를 털어 전방초소에 탈수기 83대를 증정했다. 千대령은 이번 답사를 위해 올초부터 부대안에서 6㎞씩 걷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아들 인범군은 황금같은 휴가를 반납했다. 千대령은 "아들의 휴가를 뺏는 것 같아 몹시 망설였다" 며 "그러나 인범이가 흔쾌히 제안을 받아줘 자랑스러웠다" 고 말했다.

충남 논산 출신인 千대령은 1968년 입대, 군생활 32년 가운데 26년을 특전사에서 지낸 최장수 특전맨. 71년엔 백마부대에 소속돼 베트남전에 참가했다.

그는 험준한 산악을 안방처럼 누비면서 발바닥이 헤어질 정도로 걷는 천리행군과 바닷물로 배를 채우는 해상훈련, 죽음의 순간을 수도 없이 맞이하는 공수훈련을 통해 평생을 단련했다고 자부한다.

千대령은 '사나이 태어나서 한번 죽지 두번 죽나' 라는 특전사 교훈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두산 전망대에서 "32년동안 땀에 젖었던 군복을 벗어야 하는 노병의 통일염원이 북녘동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평화의 '비둘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 아쉬움을 달랬다.

千대령은 그동안 군생활의 애환을 그린 50여편의 시를 담은 '내가 이 땅에 꼭 존재해야 할 이유' 라는 시집을 출판할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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