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임금금지는 다행 …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효과 반감될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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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번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에 대해 기업별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는 구체적인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다행스럽지만 타임오프제에 관한 구체적인 시행안이 나오지 않아 많은 기업이 이 제도의 도입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며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 등은 말을 아꼈지만 복수노조 허용이 2년6개월 유예된 데 대해 안도했다. 현대차는 이번 합의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했지만 당초 강경한 태도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원안 고수를 요청해 왔지만 합의 내용이 원안에서 후퇴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임오프제 내용이 문제”라며 “기존에 만들어진 타임오프제는 불명확해 노사 양측이 반대했지만 노사정이 구체안을 새롭게 만든다면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노조가 없거나 노조 활동이 약한 기업은 복수노조 허용에 민감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일부 사업장에서 노조가 생겨 무노조 경영 원칙이 무너지고, 정치적 노동운동의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강하게 원했다. 강성 노조 탓에 노조 전임자에게 해마다 막대한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 전임자 217명에게 연간 137억원을, 기아차는 전임자 144명에게 연간 87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현대차는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탈퇴하기까지 했다. 노사정 회의에서 재계의 교섭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경총이 현대차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이날 “회원사와 연락해 총의를 이끌어 낸 뒤 경총 임원단 회의에서 노사정의 잠정 합의안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경총 탈퇴 절차에 들어간 현대차에는 별도의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3자가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해 조금씩 양보한 결과”라며 “3자 모두 미흡함이 있더라도 노사 관계 안정과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고 안정과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경제계가 그동안 요구해 온 전임자 임금 지급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아 아쉽지만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노사정이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뤄 다행”이라며 “앞으로 타임오프제의 기준을 마련할 때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취지를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이승녕·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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