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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명작] 6. 코엑스 조명자 作 청동분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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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빽빽이 들어찬 콘크리트 빌딩 숲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의 행렬은 도심의 낯익은 풍경. 분수는 이런 도시에 청량감을 선사한다.

올 가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아셈빌딩 옆 COEX 인터컨티넨털 호텔 앞에 선보이는 분수대도 그런 존재. 이 호텔은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인사들의 숙소가 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제막식을 가진 이 청동 분수는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번개를 일으키는 긴 막대를 든 목과 팔이 없는 제우스, 기나긴 항해를 떠나는 오딧세이의 배를 인도하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 제우스의 팔을 통과해 배를 지나 졸졸 흐르는 물을 맞고 있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고대의 냄새가 물씬 나는 청동의 우아한 청록색이 첨단 빌딩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고대 그리스 신들의 주변에는 벗은 모습의 아이들이 발랄하게 뛰논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의 아이들이지만 영(靈)적인 능력을 지녀 신은 물론 동물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분수는 아이들로 인해 신과 인간이, 고대와 현대가 교감을 나누는 시.공을 초월한 장소로 태어난다. 홍익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6년부터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작업 중인 조각가 조영자(49)씨의 작품이다.

조씨는 "로마의 명물 트레비 분수처럼 시민들이 와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도 비는, 도심 속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일반 분수와 달리 물이 나오지 않는 겨울철에도 허전해 보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다음달 아셈빌딩에는 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가 20여t 청동을 써 제작한 장보고 조형물이 들어서 또 하나의 구경거리를 선사하게 된다.

글.사진〓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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