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거리측정기 하나로 10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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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GPS 골프거리측정기 제조회사인 (주)데카시스템(대표 허원영·정승욱)이 11월 30일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제46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골프버디’ 단일 품목으로 이 같은 실적(1400만 달러)을 올렸다. 이 업체는 최근 서울에서 충남테크노파크로 본사를 이전했다. 허원영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포부를 들어봤다.

골프거리측정기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데카시스템 허원영 대표가 ‘골프버디’ 작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조영회 기자]


‘골프버디’ 탄생

허 대표는 후배인 정승욱 대표와 함께 2003년 회사를 차린 뒤 골프버디를 개발했다.

2002년 미국에서 위성 에러코드를 없애고 GPS사용을 자율화하면서 개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한 것이 자동차용 GPS.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할수 없이 한 시장이라 생각한 이들은 다른 아이템을 구상키로 했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거리 감각이 약한 골퍼들을 위한 기계를 만들어보자!” 아마추어 골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2003년 (주)데카시스템앤컨설팅을 설립했다. 바로 개발에 착수해 ‘골프버디’를 만들었다.

허 대표는 “거리를 알고 치는 것과 모르고 치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설명한다.

왜 안 팔리지?

창업초기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당초 30개 골프장의 데이터만 입력해 판매했다. 60개까지 늘려도 판매는 저조했다. 골프장 정보가 1000개 정도 되자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

마케팅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조차 몰랐다.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허 사장은 개발 전부터 해외 골프전시회에 무조건 나가 알렸다. 콘셉트 모형과 설명서만 들고 사람들을 쫓아다녔다. 각 골프장에서 무료로 써 볼 수 있도록 빌려주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신설해 마케팅에 나섰다. 골프버디를 갖고 있는 사람들만 참가 가능하다. 첫해에는 선수명단을 채우기 조차 힘들었다.

또 처음 골프버디를 개발할 당시에는 단말기 사용이 규칙 위반이었다. 그래도 개발, 판매를 멈추진 않았다. 반발력이 큰 드라이버를 공식대회에서는 못 쓰더라도 아마추어들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에 착안했다. 또 야드목(거리를 측정할 수 있도록 심어진 나무)이나 야디지북(거리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개인이 만드는 책자)을 사용하는 것도 골프버디의 장래를 예상케 했다. 2006년 1월 미국과 영국에서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칙이 개정됐다. 골프버디가 날개를 달게 됐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자

허 대표는 측정기의 가장 중요한 3가지 항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정확성과 용이성, 또 어느 골프장에서나 사용 가능한 대중성이다.

수 백 미터의 거리에서도 3야드의 오차 범위를 넘지 않는다. 전원을 켜기만 하면 사용가능하고, 조작도 쉽게 만들었다. 밝은 곳에서도 화면이 또렷이 나온다. 또 어떤 골프장에서나 정보가 나오는 단말기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세계 2만8000여 개 데이터가 입력돼 있고, 4만여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홈페이지에서 유로로 다운받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도 판매에 한몫하고 있다. 추가로 시설되는 골프장에 대해서도 무료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허 대표는 “골프를 많이 하는 중·장년층은 업그레이드 등 컴퓨터 사용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버디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과 일본 호주 등을 공략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국산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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