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쌍생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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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쌍생아(雙生兒)는 '데츠오(男)' '동경의 주먹' '총알발레'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낯익은 쓰카모토 신야 (塚本新也)감독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상을 탔을 만큼 화제를 뿌렸다.

일본의 이름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그러나 둘 중 한 아이는 다리에 보기끔찍한 상처가 나 있다.

이 때문에 바구니에 담겨 강으로 버려진다.

빈민촌의 한 가정에서 성장하게 된 그와 좋은 가문에서 의사로 성장한 또 다른 '그'. 외양은 같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잔혹한 복수극을 벌인다.

10대초에 8㎜ 카메라를 들고 영상작업을 해 온 츠카모토 감독답게 연출과 각본.촬영.편집을 혼자서 해냈다.

그러나 '영화광' 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자기 세계에 파묻힌 신경증적인 편집증을 찾아볼 수 없는 게 그의 영화의 특징이다.

그에게는 영상적인 기교를 마음껏 부리면서도 답답한 현실을 혁파하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열망이 가득하다.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의 1924년작 단편을 기초로 한 이 영화에서도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같은 배를 타고 났으면서도 사회적인 신분차이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다른 면모를 띨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촉망받고 마음씨 따뜻하던 의사가 우물 바닥에서 버려진 밥찌거기나 먹으면서 생활한 뒤 극악무도한 인물로 변하는 과정은 '인간이 환경의 산물' 임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쌍생아' 는 영상으로 쓴 인류학이자 영상으로 쓴 자본론이라 할 만하다.

눈썹을 지워버린 분장, 메이지 시대의 고풍스런 풍경, 시대를 알 수 없는 펑크적 의상 등은 그가 왜 일본의 데이비드 린치로 불리는지를 잘 설명한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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