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양재호-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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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75의 절묘한 팻감으로 좌상백 전멸

제4보 (63~79)〓梁9단이 백로 멀찍이 후퇴하자 이세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63으로 파고들었다. 백△ 가 '가' 쯤 놓여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강수다.

64. 梁9단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쉽게 받고 있다. 손해지만 68자리로 물러서는 게 정수였다.

65가 놓이자 비로소 梁9단은 장고에 빠져들었는데 이때는 이미 늦었다. 부득이 66으로 막았고 이후 73까지는 일사천리다.

수순 중 68로 '참고도1' 백1에 두는 것은 흑6에서 후속 수단이 없다. 73에서 대패가 났는데 74로 때렸을 때 흑의 팻감은 어디에 있을까. 75가 절묘한 팻감이었다.

만패불청을 생각하던 梁9단은 이 수에 의표를 찔린 듯 고통스런 장고에 빠져들었다. 그가 이토록 고심한다는 것은 바로 75를 예상치 못했다는 증거다.

75가 수가 된다면 좌상 백이 모조리 죽어버린다.

그 크기는 무려 60집! 그렇다고 좌하의 패를 지면 순손실만 35집!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梁9단은 거듭 신음을 토하더니 좌상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79는 그냥 '나' 로 끊어?되지만 확실하게 전체를 잡은 수. '참고도2' 백1에 두면 흑은 2로 두어도 수상전에서 이긴다. 이 백을 잡아 흑의 대우세가 확립되었다(74〓68, 76〓67).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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