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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첫 국회의원에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심부름꾼,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꿋꿋한 봉사자, 극한 대립 대신 화합으로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진정한 일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밤새 숨가쁜 개표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더 이상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반복하지 않고 '새 천년 첫 선량(選良)' 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보여줄 것을 간절히 기원했다.

국민들은 14일 직장과 학교.가정 등에서 총선 결과를 놓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꽃을 피웠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이 정치개혁에 끼친 긍정적 효과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두터웠던 지역주의, 예전보다 훨씬 기승을 부린 금권.관권선거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회사원 金진원(36.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지적된 정치인들이 상당수 낙선하고 참신한 386세대가 대거 원내로 진출한 점에 주목하고 싶다" 며 "이들이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바를 제대로 실천해줬으면 한다" 고 말했다.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대학생 朴성훈(20.S대2)씨는 "비록 상당수 물갈이가 되긴 했지만 보다 많은 개혁인사가 당선되지 못해 아쉽다" 며 "당선된 신인들은 제발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길 바란다" 고 주문했다.

PC통신에는 이번 선거에서도 '괴력' 을 발휘한 지역감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 연 이틀 쇄도했다. 하이텔 ID '양념사랑' 은 "영.호남에 몰표가 나오는 걸 보니 마치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보는 것 같았다. 완화 조짐이 보인다지만 아직 오십보 백보" 라고 꼬집었다.

정개련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은 파트너를 인정하지 않는 여당, 비생산적 의정행태만 반복하는 야당 모두를 준엄하게 꾸짖는 것" 이라며 "국민의 결정을 왜곡하지 말고 겸허히 수용하라" 고 지적했다.

공선협도 "정치적 무관심.지역감정 심화.불법타락선거 기승 등 유권자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선거였다" 며 "16대 국회는 이같은 구악을 일소하고 화합과 개혁의 틀을 짜는데 최선을 다하라" 고 밝혔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나성린(羅城麟)소장은 "낙선운동은 물론 세금.병역.전과 등 후보의 정보공개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반면 지역갈등 고착화는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여야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박신홍.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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