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기수 임종석씨 5선거물 꺾고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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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저의 당선은 깨끗한 정치를 선택한 성동구민들의 승리입니다. "

1980년대 말 전대협 의장으로 '임수경씨 방북사건' 을 주도했던 민주당 임종석(任鍾晳.33)씨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 당선자중 최연소.

그의 당선은 386세대의 대표적 정치 초년병이 5선에 도전한 중진 이세기(李世基)의원을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任씨는 임수경씨 방북 사건으로 수배 생활을 하는 동안 여장(女裝)을 하거나 버스 창문으로 도망가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의 수배망을 빠져나가 '任길동'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별명은 선거전에서 그의 캐릭터로 사용됐다. 수배 당시 그는 여고생 잡지의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66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해 86년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에 입학한 任씨는 8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3기 의장에 선출됐으며 그해 12월 구속, 3년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93년 복학한 그는 96년 입학한 지 10년 만에 졸업장을 땄다.

任씨가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해 신당창당 준비위원을 맡으면서부터.

"기존 정치권에 물드는 것을 우려한 동료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개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입후보를 결심했습니다. "

하지만 처음 뛰어든 선거판은 만만치 않았다. 최초 인지도 조사에서 상대 후보인 이세기 의원은 80%가 넘었지만 任씨는 겨우 17%에 불과했다.

게다가 선거법에 규제조항이 너무 많아 의원이 아닌 임씨는 자신을 알릴 기회가 너무 적었다.그러나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빨갱이' '주사파' 라 몰아부치는 비방이 었다. 하지만 임씨는 '결코 비방하지 않는다' 는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 지역구에서 깨끗한 후보라는 평을 얻어 결국 선거승리로 이어지게 됐다.

초선의원이 된 任씨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선거법을 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의정보고회를 정례화할 것이며 국민소환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상임위원회로 외교통일위원회를 선택, 통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任씨는 수감생활 중 서신왕래로 알게 된 김소희(金素姬.33)씨와 96년 결혼했으며 세살 된 딸을 두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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