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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베스트극장' 방송 4백회 맞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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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MBC의 장수 단막극 '베스트극장' 이 21일로 4백회를 맞는다.

1991년 7월 첫방송 이래 9년만의 일이다. 드라마를 유독 좋아하는 우리네 방송이지만 단막극은 형편이 좀 다르다.

편당 제작비는 연속극보다 훨씬 높으면서도 연속극과 달리 안정적인 시청률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

단발성 출연이다보니 빡빡한 스케줄에 매여있는 스타급 연기자 섭외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단막극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실험성은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꿈꾸는 방송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소시민 주인공의 삶을 그린 오현창PD의 '달수' 시리즈, 황인뢰PD의 '도시에서의 사랑' 같은 독특한 연작이 탄생한 무대 역시 '베스트극장' 이었다.

특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의 노희경, '종합병원' 과 '허준' 의 최완규, '국희' 의 정성희, '예스터데이' 의 정유경 등 차세대 방송작가들을 키워낸 것은 '베스트극장' 의 최대 공로로 꼽힌다.

작가들에게 '베스트극장' 만큼 화려한 프로그램도 없다.

1991년 첫방송 이래 박완서.양귀자.한수산.최일남.김주영.이문열.신경숙.임철우.고원정.이청준.한승원.공선옥.송기원.전상국.이창동 등 우리 문학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원작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했기 때문.

문학과 영상 사이의 가교 역할은 서사보다 내면 풍경을 중시하는 작품이 문학계의 주류가 되면서 점차 퇴색했지만 그 맥이 끊긴 것은 결코 아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배수아.은희경.김영하 등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도 '베스트극장' 의 전파를 탔다.

기획자 정운현CP는 "드라마로 만들기에 적합한 작품을 못 찾아서 그렇지, 원작 소설을 다루고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 고 말했다.

90분간 방송하는 4백회 특집 '천국까지 백마일' 도 국내작가 작품은 아니지만 소설이 원작이다 '철도원' 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의 작품.

사업실패와 이혼으로 인생의 막판에 몰린 주인공 봉재(최재성)가 어머니(오미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1백마일의 여정에서 삶의 새 희망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봉재의 아내 역으로 박순천이, 봉재에게 새로운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술집 여자 역으로 홍진희가 출연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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