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 받은 파워넷은 … 거덜났던 회사가 현금만 250억 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파워넷의 중국 생산법인인 선양 일산전자유한공사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파워넷은 2004년 말 국내의 모든 생산라인을 이 공장으로 이관했다. [파워넷 제공]

1988년 설립된 파워넷은 높은 전압을 낮은 전압으로 바꿔주는 전원 공급장치(SMPS) 분야에서 한때 1위에 올라설 정도로 유망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 초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다 2004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이 회사의 통장 잔액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는 250억원(11월 말 기준·매출 채권 포함)의 현금을 보유한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바로 기업혁신을 통해서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파워넷은 대한상공회의소·중앙일보가 주최하는 기업혁신대상에서 중기부문 대상을 받았다. 파워넷의 혁신 비결은 뭘까.

김상도(60) 파워넷 대표는 2005년 1월 12일 회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취임했다. 부임 첫날 회사의 재무구조를 보니 자산 643억원, 부채 363억원으로 양호해 보였다. 그는 대우그룹(㈜대우와 대우전자)에서 24년간 근무한 데다 제일엔지니어링 사장, 카이젤 대표이사, 대동백화점·대동유통 총괄 사장 등을 역임해 이 정도면 회사를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산은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온통 ‘분칠(분식회계)’이 돼 있었다. 회계법인을 통해 정리를 해보니 자산 93억원에 부채는 261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다.

게다가 회사에서 쓸 수 있는 현금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임금은 6개월이나 밀려 있었고 180여 명의 직원 중 핵심 인력은 대부분 떠나 57명만 남아 있었다. 개발 인력은 40명에서 5명으로, 품질 인력은 15명에서 3명으로 줄어 있었다.

김 대표는 앞이 깜깜했다. ‘자금도 없고 연구개발(R&D) 인력도 없는데 어떻게 다시 회사를 세우나’. 속으로 되뇌었지만 직원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직원 사이엔 ‘법정관리인이니까 법대로 대충하다가 떠나겠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우선 직원의 마음을 사야겠다고 판단했다. 패배감에 빠져 있던 직원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서두칠 당시 한국전기초자 사장이 쓴 책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를 나눠주고 독후감을 써보자고 했다. 이 책은 총부채가 4700억원이나 되는 회생 불능의 한국전기초자를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영업이익률 1위 기업으로 만든 얘기를 담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한국전기초자보다 규모도 작고 인원도 적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더 빨리 살아나지 않겠느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그는 직원의 의지를 담은 독후감을 책으로 펴내 협력업체를 찾아 다니며 이를 보여주고 관계자를 설득했다. 협력업체도 전 직원의 마음이 담긴 독후감을 읽어보고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다시 거래를 하는 기업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이어 기업 성장의 핵심인 제품 혁신에 들어갔다. 소형 제품 중심이었던 제품 라인을 산업용인 대형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사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소형 제품은 30%가량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제품은 매출이익률이 20~25%에 달했다. 자재도 간소화·국산화해 연간 173억원을 절감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중국 현지 공장 직원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5년째 중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수시로 경영 워크숍을 열어 직원의 능력을 키웠다. 이런 노력으로 김 대표는 취임 후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2006~2007년은 매출이 전년보다 28~29% 성장했고 2008년에는 65% 성장했다. 올해 이 회사는 8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에는 법정관리를 졸업할 예정이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