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사 벚꽃투쟁 사실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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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워싱턴은 벚꽃의 도시다.

올해도 벚꽃은 포토맥 강변에 분홍색 수(繡)를 놓았고 주말이면 벚꽃놀이 인파로 도시는 교통체증을 앓는다.

이 벚꽃 나무들은 1912년 선린우호의 표시로 일본이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미국인은 이를 '일본 벚꽃(Japanese cherry)' 이라고 불러 왔다.

그러나 일제하였던 43년 4월 이승만(李承晩)박사가 일본 벚꽃의 한국 유래(由來)를 제시하며 이름을 '한국 벚꽃' 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시시피주 존 랭킨 하원의원이 그해 6월 이름 변경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李박사는 임시정부 출범 24주년이 되는 그해 4월 8일 조국의 해방을 소망하며 친구인 더글러스 박사가 총장으로 있던 워싱턴의 아메리칸대에 한국산 벚꽃나무 네그루를 심었다.

그는 기념식 연설에서 "다른 여러 보물처럼 벚꽃도 일본이 한국에서 강탈해간 것" 이라며 "일본판 백과사전을 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미국인 친구들이 백과사전에 적힌 내용을 미 내무장관에게 건넸고 장관은 다시 이를 한 식물학회에 제출, 학회가 이를 조사해 '동양 벚꽃(Oriental cherry)' 이라는 새 이름을 만들었다" 고 강조했다.

숨겨진 역사적 비화를 추적해온 아메리칸대 아시아연구소 김형국(金亨國)소장은 "하원 결의안은 태평양전쟁으로 미국내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서 제출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 결의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메리칸대는 지난 7일 오전 李박사가 심은 벚꽃 나무가 무성한 국제학 대학원 앞에서 식목 이래 처음으로 '57년만의 기념식' 을 열었다.

이홍구(李洪九)대사.유명환(柳明桓)정무공사를 비롯한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과 커윈 교무처장.金연구소장 등 대학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대학 이사회는 97년 5월 나무가 있는 정원 1천평을 '코리아 가든(Korea Garden)' 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었다.

사업에는 1백20만달러가 소요되는데 지난 3년간 한국의 경제위기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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